[화제]이웃사랑에 일어선 장애인

  • 입력 1998년 1월 6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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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돌도 안돼 소아마비로 다리를 못쓰게 됐다. 가난을 이기려 고교를 중퇴하고 금은 세공기술을 익혔다. 10여년 동안 셋방을 전전하며 모은 돈으로 금은방을 차렸으나 도둑은 전 재산을 털어갔다. 서울 성북구 정릉1동에서 금은방 ‘고명사’를 경영하고 있는 장애인 함승수(咸承洙·39)씨. 지난해 말 도난사건(본보 97년 12월 23일자 39면 보도)이후 참담한 심정으로 눈물을 떨궜으나 도둑도 이웃의 따뜻한 인간애와 그의 가슴속에 솟구치는 재기의 의지까지 훔쳐가진 못했다. “남을 돕지는 못하고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괴로웠습니다. 하지만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더 큰 배신이라고 생각합니다.” 6일 오전 함씨의 금은방에 이웃이 모였다. 약국 아저씨 만화가게 주인 김밥집 아주머니 정육점 사장 세탁소집 큰 딸…. “다들 어렵게 사는 형편이라 일부러 모임을 갖지는 않았습니다. 마음 있는 사람끼리 몇마디 나눈 것 뿐인데, 왜 나만 빼느냐며 주위에서 동참했습니다.” 이웃 주민 이배영(李培榮·45)씨는 주민 20명이 조금씩 모아온 성금 1백여만원을 함씨에게 건네며 쑥쓰러운 듯 웃었다. 함씨의 친구와 친척도 집 장롱에 있던 금붙이를 모아 금 70돈을 전달했다. 대한전자에서는 무료로 보안시설을 해주겠다고 제의했다. 함씨는 어렵게 모아진 1천만원으로 텅빈 진열대의 일부를 채웠다. 함씨 부부는 6일 오후 뒷소식이 궁금해 찾아간 기자에게 눈물을 글썽이며 편지와 함께 하얀 봉투를 내밀었다.“텅 빈 가게에서 주저앉고 싶었던 순간 여러분께서 보여주신 도움은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두 쪽 목발에 의지해서 다시 한번 살아 보렵니다. 그리고 저희도 남을 도우며 살고 싶습니다.” 함씨 부부는 성금 일부를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고 맡겼다. 〈이원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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