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장기이식 새삶찾은 손창현군 『열심히 살래요』

  • 입력 1998년 1월 4일 20시 29분


지난 성탄절 아침 8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난 정영주양(12)에게서 심장과 폐를 이식받은 손창현군(13·경기 구리시 구지초등학교 6학년). 손군에게 무인년(戊寅年)새해는 찬란한 희망이다. “누가 나에게 심장과 폐를 주었다는데 정말 고마운 분이예요.” 3일 오전 인천 중앙길병원 중환자실에서 이식받은 정양의 작은 심장과 폐로 호흡연습을 하던 손군은 감격스러운듯 손을 흔들어보였다. 작년 12월25일 오전 5시 부산백병원. 일주일전쯤 놀이터에서 놀다가 갑자기 뇌사상태에 빠진 정양의 장기이식 수술은 입체작전 끝에 이뤄졌다.정양의 장기는 앰뷸런스에 실려 일단 김해공항으로 옮겨졌다. 장기는 오전 9시반 김포공항에 도착했고 5분만에 119구급대 헬기편으로 중앙길병원에 도착했다. 오후 2시. 갑자기 창현이의 비정상적인 대동맥에서 과다출혈이 발생했다. 가망이 없어 보였다. 긴급수혈이 필요했다. 다행히 급히 연락을 받은 육군2291부대 장병과 학생 시민 20여명이 30분만에 신선한 피를 선물해주었다. 창현이는 좌우 심방(心房)에 구멍이 뚫리고 심장과 폐를 연결하는 폐동맥이 없는 상태로 태어나 어머니 사영미(38·史英美)씨의 등에 업혀 초등학교 5학년까지 학교를 다녔다.법관이 되겠다는 꿈을 가졌던 창현이는 엄마에게 가슴속에 진짜 해보고 싶었던 희망을 밝혔다. “새해에는 학교도 다니고 운동도 열심히 해서 차범근감독같은 훌륭한 축구코치가 될거예요.” 창현이의 새 생명은 과일장사를 하며 월세방을 전전하면서도 아들을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하고 다닌 부모님의 정성에 대한 보답이었다. “자식 몸에 칼을 대면서까지 장기를 줄 부모가 어디있겠나 생각했어요. 선뜻 어려운 결단을 해주신 영주양의 부모님께 다시 한번 뜨거운 감사를 드립니다”. 사씨는 그동안 자식 앞에서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전승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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