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고스톱」을 아십니까?…패 나쁘면 옆사람 지원받아

  • 입력 1997년 12월 30일 19시 53분


주가폭락과 외화난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는 한국의 경제현실을 빗댄 「IMF 고스톱」이 유행하고 있다. 이 고스톱은 한 사람이 돈을 많이 잃어 더이상 게임을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파산」했을 경우 함께 화투를 치는 사람들이 「판이 깨지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패가 나쁜 사람이 옆사람에게 구제를 요청, 좋은 패를 빌려받아 게임을 진행시키는 방식이다. 파산 위기에 처한 사람은 좋은 패를 갖고 있거나 판돈이 많은 사람과 「협상」을 벌인다. 결국 나쁜 패를 가진 사람은 한장 또는 두장의 좋은 패를 빌려오고 부실기업 정리하듯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 중 가장 필요없는 패를 빌린 숫자만큼 상대방에게 넘겨준다. 그러나 이러한 특혜에는 반드시 가혹한 조건이 따른다. 일단 패를 빌려온 사람은 모든 패를 빌려준 사람에게 다 보여주고 「신탁통치」를 받아야 한다. 또 패를 빌려준 사람의 「훈수와 견제」를 충실하게 「이행」해야 하며 좋은 패를 꿔준 사람이 어려울 때는 자신이 갖고 있는 가장 좋은 패도 다 내주는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화투꾼들은 그러나 「IMF 고스톱」의 등장이 썩 반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IMF의 「신탁통치」를 받게 된 우리의 경제현실이 너무 굴욕적이고 안타깝다는 것이다. 〈전승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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