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대덕단지 인삼연초연구원 상품개발부 조시형씨

  • 입력 1997년 6월 2일 08시 56분


대전 대덕연구단지내 한국인삼연초연구원 상품개발부 趙時衡(조시형·44·생물학박사)실장은 국내 제일의 시끽(試喫)위원이다. 연구원 내에 25명의 시끽위원이 있지만 17년의 최고 경력을 자랑하는 조실장이야말로 향료 50가지와 국내외 담배맛 60가지를 구별해 내는 「혀끝의 마술사」다. 그는 혀와 코가 무뎌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자극성있는 음식과 향수나 화장품 등을 삼가고 있다. 시끽위원에게는 단맛 쓴맛 등 다섯가지 맛을 저감도에서 구별해내는 감별력과 여러 담배맛을 다시 기억해내는 재현력이 요구되기 때문. 조실장의 일과는 담배를 피우는 일로 시작된다. 수백개 사무실 중 관능검사실과 그의 방만이 흡연 허용구역. 출근하자마자 「처녀성」을 간직한 혀끝으로 담배 연기속의 3천5백가지 성분을 맛보며 최고의 담배맛이 어떤 것일까하는 생각만이 그의 뇌리에 가득찬다. 조실장의 흡연량은 업무상 하루 2,3갑이지만 개비당 3,4모금만 피우기 때문에 실제 흡연량은 자발적인 흡연을 포함해 1갑반 정도. 그러나 입사전 담배에 손도 대지 않았던 그가 애연가로 변하자 부인 閔賢淑(민현숙·43)씨의 성화가 대단하다. 조실장이 가장 침통할 때는 새로 발매한 담배가 좋은 맛에도 불구, 다른 요인으로 나쁜 이미지를 갖는 경우. 최근 발매한 「GET 2」의 경우 품질과 맛 둘다 잡는다는 뜻이었지만 「양김을 축출한다」는 뜻이라는 등 왜곡된 해석이 나돌면서 판매세가 주춤해 당혹스럽다는 것이 그의 얘기다. 담배맛 감별은 천문학적 성분 때문에 첨단센서를 장착한 기계로도 대체할 수 없다고 밝힌 조실장은 시끽위원 생활로 고작 2만5천원의 월수당을 받고 있다. 그러나 조실장은 애연가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오늘도 즐거운 마음으로 담배를 피워물고 있다. 〈대전〓지명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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