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정원일기에 따르면 50세이던 숙종(재위 37년)은 콧물로 인한 불편감을 지속적으로 호소한다. 재위 40년에는 “맑은 콧물에 약간의 기침을 동반해 여름 감기를 의심할 정도”라는 기록이 있다. 재위 43년에도 콧물이 계속 흐르자 “감기가 오려고 이러는 게 아니냐”고 말해 신하들의 걱정을 사기도 했다. 숙종의 콧물은 과연 감기 때문이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숙종의 증상은 노인성 비염과 유사하다. 이후의 기록들에서는 감기와 관련된 증상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옛 어른들은 노화를 “바짝 말라 있어야 할 곳은 축축해지고, 촉촉해야 할 곳은 바짝 말라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사람이 늙어 신체에 변화가 오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피부와 점막, 안구 등이 건조해진다. 젊을 때는 수분이 필요한 곳은 가만히 있어도 늘 촉촉하게 유지되지만, 나이가 들면 수분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난다.
피부는 늙어가면서 히알루론산과 콜라겐이 감소한다. 이로 인해 피부 속 수분이 증발하고 가려움증이 생긴다. 눈에는 눈물샘 기능이 떨어져 쉽게 피로하고 뻑뻑해지는 안구건조증이 발생한다. 입안은 침샘 분비가 줄어 바짝 마르고, 음식 섭취나 발음이 어려워지는 구강 건조 증상이 생긴다. 그 탓에 야간에 물도 자주 마신다.
반대로 바짝 말라 있어야 할 곳은 축축해진다. 평소에는 뽀송뽀송하거나 건조하게 유지돼야 할 곳의 수분 조절 능력이 떨어지면서 액이 고이거나 흘러내린다. 눈은 안구건조증을 이기기 위한 반작용 현상으로 힘들어진다. 건조함에 자극받은 눈이 조절력을 잃고 과도한 눈물을 흘림으로써 눈가를 짓무르게 한다.
가장 힘든 증상은 콧물이다. 특히 식사 시 콧물이 흘러 체면을 구기고 실례를 하게 된다. 매운 음식을 먹을 때에는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콧물로 식사가 힘들 정도다. 노인성 비염은 노화로 인해 코점막이 얇아지고 건조해지면서 작은 자극에도 맑은 콧물이 끊임없이 흐르는 비(非)알레르기 비염이다. ‘혈관운동성 비염’으로도 불린다. 일반 알레르기 비염과 달리 코 가려움이나 재채기, 코막힘 증상 없이 맑은 콧물만 쏟아지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차고 건조한 공기를 마시거나 환절기에 온도가 갑자기 바뀔 때도 수시로 콧물이 많아지기도 한다. 알레르기 비염과 달리 눈코 가려움증이나 발작적인 연속 재채기 증상은 거의 없다.
나이가 들면 점막 아래에 있는 혈관들이 수축하고 혈류량이 줄어든다. 코안을 덮고 있는 점막 상피층과 기저막도 모두 얇아진다. 점막에서 촉촉한 점액을 분비하는 점액샘 조직과 콜라겐 섬유도 퇴화한다. 정상적인 코팅막이 사라지는 셈이다. 그런 상태에서 코안 상피세포의 말단 신경들이 작은 자극에 반응하는 것이 바로 노인성 비염이다. 점액 분비는 줄고 코안의 빗자루 격인 섬모의 운동성까지 떨어지면서 콧속 분비물이 밖으로 원활히 배출되지 못하고 목 뒤로 넘어가는 후비루(가래) 증상도 많아진다.
노인성 비염을 완화하려면 우선 콧속 습도를 잘 유지해야 한다. 실내 습도는 40%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차(茶)는 오미자나 맥문동이 좋다. 오미자는 몸속 깊은 점액을 이끌어 내는 데 효험이 좋고, 맥문동은 사철 푸른 속성으로 점액을 늘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효험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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