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리해고도 파업 가능”… 이래서야 기업 구조조정 가능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26일 23시 27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등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07.29. [서울=뉴시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등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07.29. [서울=뉴시스]
내년 3월 10일 시행될 노란봉투법(개정된 노동조합법 2·3조)을 구체화하기 위해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가이드라인이 논란에 휩싸였다. 합병·해외 이전 등 기업의 경영상 결정은 노조가 파업할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규정하면서도, 그 결정으로 정리해고 등이 예상되는 경우 파업을 벌이는 건 합법이라고 한 부분이 최대 쟁점이다.

8월 국회에서 통과된 노란봉투법의 혼선을 막기 위해 26일 노동부가 내놓은 노란봉투법 해석지침은 해외투자·합병·분할·매각·양도 등 기업의 경영상 결정은 노조가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도 이런 결정에 따라 근로자의 정리해고, 배치전환이 예상되는 경우 단체교섭 대상이 된다고 했다. 지금까진 경영상 필요에 따른 정리해고는 파업의 대상이 될 수 없었는데, 노동부가 파업이 가능한 것으로 해석을 바꾼 것이다.

문제는 해외 이전, 매각, 합병 등 기업의 의사결정은 어떤 방식으로든 근로자들의 일하는 방식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대다수 경영 판단에 대한 합법적인 파업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노동부 지침이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다는 경영계의 비판이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지침이 그대로 반영된다면 국내의 사업 여건 악화로 생존을 위해 해외로 공장을 옮기려는 기업, 일부 사업부를 다른 회사에 매각해 근로자의 신분이 바뀌는 경우에도 모두 사전에 노조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생산량 감축, 공장 폐쇄 등의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석유화학·철강 산업의 구조조정도 훨씬 어려워질 것이다. 일각에선 하청 노조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원청 기업을 상대로 하청 노조가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것과 맞물려, 대기업의 경영 판단에 대해 하청 노조들까지 파업에 나설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근로계약을 직접 맺지 않은 본청 대기업을 상대로 하청기업 노조가 쟁의를 벌일 길을 활짝 열어준 것만으로도 노란봉투법은 극심한 노사갈등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이런 위험을 줄이는 역할을 해야 할 정부 지침이 모순된 내용으로 오히려 혼란을 더 부추겨선 곤란하다. 산업 현장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지침을 손봐야 한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고용노동부#경영상 결정#파업#단체교섭#정리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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