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회]선관위 채용비리 심각성 잘 전달… 개혁방안도 심층보도 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3월 23일 23시 09분


중국의 한국 우회 수출 다룬 기사… 트럼프 2기 정부 통상정책 흐름 잘 짚어
美 관세위협을 반도체법 미처리와 연결… 두 사안 사이 연관성 설명 부족해
법원의 尹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 검찰이 즉시항고 안 한 이유 담았어야

17일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벌어지고 있는 국제 통상전쟁,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거관리위원회의 채용 비리 등에 대한 보도를 주제로 토론했다. 왼쪽부터 이준웅 최은봉 위원, 김종빈 위원장, 이은경 석병훈 정원수 위원. 권석준 위원은 서면으로 의견을 전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벌어진 글로벌 통상 전쟁이 갈수록 격해지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변론을 지난달 25일 마치고 선고를 남겨 두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직원 자녀와 친인척 채용 비리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는 저비용 고효율 AI 모델을 내놓으면서 세계 빅테크 기업들에 충격을 안겼다.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30일간의 부분 휴전안’에 합의했지만 종전으로 가는 길은 여전히 험난한 상황이다. 동아일보 독자위원들은 17일 이런 현안에 대한 보도를 놓고 토론했다.》


2월 27일자 A10면.
2월 27일자 A10면.
석병훈 위원=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쏟아내는 통상정책들을 보면 일련의 흐름이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내놨던 정책들에 중국이 어떻게 대응했는지 연구해서 우회 수출 같은 중국의 대응 방식을 차단하는 쪽으로 정책들을 계속 내놓고 있습니다. 2월 27일자 A1면 〈中의 韓 우회수출 막는다…정부, 법 개정 추진〉과 A10면 〈中의 韓 우회수출, 국내기업 ‘불똥’ 튈 수도…EU 등은 속속 빗장〉은 이런 흐름을 잘 포착한 기사입니다. 기사를 보면 중국이 트럼프 행정부 1기와 2기 사이에 한국에다 외국인 직접 투자 규모를 엄청나게 늘렸습니다. 특히 배터리와 태양광 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린 것을 보면서 중국이 한국을 대미(對美) 우회 수출 경로로 활용한 것을 지적했습니다. 중국이 한국에 직접 투자하는 걸 규제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내용까지 담았습니다.

이준웅 위원=
2월 25일자 A10면 〈“韓기업 대미 투자-조선업 협력 앞세워 트럼프가 자랑할 얘깃거리 만들어야”〉는 복잡한 내용을 깔끔하게 잘 요약한 기사입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로비스트 저스틴 매카시 인터뷰 기사였는데, 통상 문제처럼 복잡한 내용이라도 전문가들이 딱 보고 큰 그림을 그려주니 굉장히 잘 납득됐습니다. 2월 18일자 A4면 〈트럼프 관세 위협에도…‘주52시간 핑퐁’ 여야, 반도체법 처리 못 해〉 기사는 제목에 나오는 ‘관세 위협’과 ‘반도체법 처리 못 해’ 간의 연관성을 잘 모르겠습니다. 통상 마찰로 전 세계가 어려운 상황인데 우리나라 국회가 탄핵 관련 문제에 집중하면서 정작 해야 할 일을 안 하고 있다는 그런 내용인데 연관성에 대한 명료한 설명 없이 이렇게 억지로 갖다 붙이는 건 좀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권석준 위원=2월 12일자 A6면 〈美 “韓 철강도 내달 12일부터 관세”…트럼프 “호주는 면제 고려”〉 기사는 중국이나 유럽연합(EU), 일본 등 관세 부과 대상국의 입장이나 대응 전략도 함께 다뤘으면 더 나은 기사가 됐을 겁니다. 기사는 멕시코, 캐나다 등을 주로 언급했는데 두 나라에 대한 미국의 통상정책이 한국의 산업에 미치는 영향까지 깊이 있게 다뤘더라면 더 좋았을 것입니다.

김종빈 위원장=
3월 14일자 A4면 〈법원행정처장 “즉시항고 필요” 하루 뒤…檢 “포기 입장 변함없어”〉 기사를 보면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법원이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을 취소한 결정을 두고 검찰이 “즉시항고로 상급심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구속 여부에 관한 결정은 오로지 판사만이 할 수 있고 이런 판사의 결정에 시비를 걸면서 그 효력을 정지하는 것은 헌법 12조가 정한 영장주의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검사의 즉시항고를 허용한 조문 자체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이미 있었습니다. 구속에 관한 판사의 결정에 그 누구도 저항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검찰이 즉시항고를 하지 않은 것인데 기사에서는 이런 부분에 대한 설명이 생략돼 있습니다.

이준웅 위원=2월 20일자 A5면 〈국회 출동 대대장 “인원 아니고 의원 끄집어내라는 지시가 맞다”〉 기사를 포함해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수사를 통해 밝혀진 새 내용들을 기사로 그때그때 잘 다뤘습니다.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내용과 관련된 것들이었습니다.

최은봉 위원=
2월 11일자 A1, A3면 〈민주 지지자 69.0% “국힘 매우 싫다”, 국힘 지지자 58.8% “민주 매우 싫다”〉 기사는 한국 사회가 둘로 쪼개져 관용의 가치가 무너지고 있는 모습을 ‘정파적 양극화’란 개념을 통해 잘 전달했습니다. 한국 사회가 어떻게, 어느 정도까지 양극화돼 있는지 지표를 통해 잘 보여준 기사였습니다. 동아시아연구원(EAI)이 양극화 조사 결과를 통해 전달하려 한 메시지는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는 것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계열적으로 비교하는 그래픽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입니다.

이은경 위원=3월 5일자 A5면 〈선관위 간부 자녀, 원서 낼 때부터 채용총괄 ‘아빠 친구’와 티타임〉, 3월 7일자 A8면 〈선관위 친인척 경력채용 33건…당초 발표의 1.6배〉, 3월 11일자 A12면 〈김세환 “아들 잘 부탁해”…선관위, 면접위원 바꾸고 월세 내줘〉 등 선거관리위원회 비리의 심각성을 알리는 사례들을 기사로 잘 보여줬습니다. 이제는 후속 보도를 통해 선관위 개혁 방안을 심층 보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3월 5일자 A1면 〈선관위 “통제논의 적극 참여” 국회 감시방안 수용 뜻 밝혀〉 기사를 보면 결국 선관위는 헌재 결정 때문에 외부 감찰은 수용 못 하고 국회 통제는 받겠다는 것인데, 국회의원들이 선관위에 대한 실효성 있는 통제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석 위원=
2월 1일자 2면 〈딥시크 만든 95년생 AI 천재소녀…中로봇 양대 산맥 90년-93년생〉 기사는 한국의 교육과 과학 정책에 주는 시사점이 많았습니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중국의 젊고 능력 있는 개발자들을 많이 배출한 저장대에 대한 궁금증이 많이 남았다는 점입니다. 저장대는 중국의 명문 대학인 베이징대나 칭화대에 비해서는 많이 알려진 학교가 아닙니다. 저장대가 어떤 방식으로 학생들을 가르쳤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습니다. 저장대가 미국의 스탠퍼드대와 실리콘밸리의 산학협력을 벤치마킹해 성공을 거뒀다는 내용도 빠져 있습니다. 세계적 인재를 많이 배출한 저장대의 교육 방식과 학교 문화에 대한 후속 취재가 필요합니다. 한국 대학과는 어떻게 다른지를 비교 분석해 시사점을 제시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권 위원=3월 11일자 B3면 〈“오픈소스 AI, 혁신 가속 美 빅테크 독점도 막아”〉는 프랑스 AI 스타트업 ‘미스트랄AI’ 최고경영자를 단독 인터뷰한 기사인데 내용이 인터뷰이의 발언을 나열하는 데 머물러 다소 아쉽습니다. 인터뷰이가 미래 전망을 이야기하는 대목에서는 자기 확정적 예언으로 들리지 않도록 그가 내놓은 전망을 다른 전문가나 기관의 분석과 비교해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 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이른바 ‘우클릭’에 대한 기사가 많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우파’ ‘좌파’의 정확한 개념은 전문가들이 아니면 잘 모릅니다. 우파와 좌파의 개념이 정확히 뭔지, 무엇을 기준으로 삼는 것인지, 어떤 정책들을 주로 추진하는 것인지를 쉽게 설명하는 기사가 나오면 좋겠습니다.

최 위원=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3주년을 앞두고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를 인터뷰해 쓴 2월 15일자 6면 〈韓 ‘우크라 재건’ 참여 땐 EU 진출 생산기지 될 것〉 기사는 길지는 않지만 내용이 알찼습니다. 이번 전쟁에 파병된 북한군의 영향력과 관련해서도 다른 기사에서는 볼 수 없었던 정보가 있었습니다. 3월 14일자 A6면 〈군복 입고 격전지 간 푸틴 “적 빨리 격퇴하라”…휴전 수용 미지수〉 기사는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과 관련된 주요 쟁점을 4가지로 나눠 상세하게 다뤘습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30일간의 임시 휴전에 합의했지만 결정적으로 중요한 건 러시아가 어떻게 나올지인데 그런 부분을 잘 짚어 정리했습니다.

석 위원=
2월 27일자 A18면 〈우크라 보며 떨고 있는 대만…美 국방부 2인자 “방위비 늘려라”〉 기사는 대만도 우크라이나와 같은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대만은 미국이 원하는 대로 국방 예산을 늘리기로 했고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가 경영난에 처한 미국 인텔의 일부 사업 부문 인수를 검토하는 등 미국이 원하는 것은 거의 다 들어주고 있습니다. 한국은 대만과는 입장이 다른 만큼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후속 기사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독자위원회 참석자〉
●위원장

김종빈 전 검찰총장

●위원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고분자공학부 교수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이은경 법무법인 산지 대표 변호사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최은봉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정원수 편집국 부국장

●사회

이종석 편집국 심의연구팀장

#선관위#채용비리#개혁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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