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관세 폭탄’이 결국 터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동부 시간 기준 4일 0시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중국에 추가로 1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1일 서명했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즉각 미국산 제품에 대해 ‘보복 관세’를 천명했고, 중국은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고 나섰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설에서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무역전쟁”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전략적 경쟁국인 중국은 물론이고 이웃 동맹국에 대해서도 관세 폭탄을 투하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미국은 유럽연합(EU)에 대해서도 관세 부과를 예고하는 등 전선이 확대될 예정이다. 안보·경제에서 미국의 핵심 동맹이자 우방인 한국도 사정권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미 미국은 한국의 가전제품, 반도체 등을 콕 찍어 관세를 압박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무역전쟁의 결과는 승자 없는 공멸이었다. 1930년 미국이 제정한 스무트-홀리 관세법은 각국의 관세 인상 경쟁을 초래해 대공황을 악화시켰다. 세계 교역이 3분의 1로 줄고 세계 경제 규모가 15% 쪼그라들었다. 1960년대 미국과 유럽의 닭고기 관세 전쟁, 1980년대 미일 무역 갈등, 트럼프 1기의 미중 무역전쟁 모두 물가 상승, 공급망 훼손, 일자리 감소 등 세계 경제에 심각한 상처를 남겼다. 최대 피해자는 전 세계 소비자였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특히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당장 이번 관세 조치로 멕시코에 북미 생산거점을 두고 있는 국내 대기업들의 직접적 피해가 예상된다. 향후 관세가 한국산 제품으로 확대되면 현재 무관세가 적용되는 반도체, 자동차 등 주요 수출품이 미국 시장에서 직격탄을 맞게 된다. 관세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둔화하면 한국의 대중국 중간재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최악의 경우 한국 수출이 최대 448억 달러(약 65조 원)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관세 충격이 아직 닥치지 않았는데도 이미 지난달 한국 수출은 1년 전보다 10.3% 줄어 1년 4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한국의 경제 체력이 취약한 상태에서 맞닥뜨리는 무역전쟁의 충격은 한국 경제에 치명상이 될 수 있다. 정쟁에만 매몰돼 방관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한국을 집어삼킬 수도 있는 거대한 태풍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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