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3월 정부 지출 85조로 역대 최대… 韓銀서 빌린 급전만 35조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14일 23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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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정부의 총지출이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3월 한 달 동안 85조1000억 원을 지출했다. 지난해 3월 72조2000억 원보다는 17.9%, 코로나19 이전인 5년 전과 비교하면 73.7%나 많다. 서민 체감경기 개선을 위해 재정을 조기 집행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지만, 4월 총선을 앞두고 재정을 공격적으로 집행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1분기에 역대 최대인 212조2000억 원을 썼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조4000억 원을 더 썼다. 정부는 올해 역대 최고 수준의 재정 조기 집행을 강조하며 상반기에 예산의 65%를 쓰겠다고 했다. 정부 지출은 늘었지만 재정이 효과적으로 집행됐는지는 점검이 필요하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1분기 경제성장률 1.3% 가운데 정부 기여도는 0.0%포인트에 그쳤다.

나라살림은 빠듯한데 씀씀이가 커지면서 자칫 하반기 재정건전성 악화로 이어질까 우려스럽다. 지난해 56조 원에 이르는 세수 펑크에 이어 올해도 세수 부족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한국은행에서 끌어 쓴 급전이 3월에만 35조 원이 넘는다.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3월까지 75조3000억 원 적자였다.

정부는 출범 초부터 건전 재정을 강조했지만 칼날은 갈수록 무뎌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재정 중독은) 미래세대 약탈이고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 “선거에서 지더라도 나라를 위해 재정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총선을 앞두고 민생 대책이라며 재정 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 대통령이 직접 전국을 돌며 24차례 민생토론회를 열어 수십조 원 규모의 선심성 약속을 쏟아냈다.

재정 여건은 어려워지고 있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총선 과정에서 경쟁적으로 내세웠던 포퓰리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 1인당 25만 원의 민생회복지원금을 풀자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고, 정부도 기초연금을 임기 내 40만 원으로 인상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래서는 나라살림의 지속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 정부는 이달 열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통해 재정 현실을 꼼꼼히 따지고 건전 재정 의지를 재차 천명해야 한다.
#3월#정부#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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