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영수회담에 함성득-임혁백 비선 거래”… 듣도 보도 못한 정치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7일 23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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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난주 회담에는 양측 간 비공식 라인이 가동됐다고 한다. 윤 대통령 부부와 이웃으로 지냈던 함성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과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던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가 어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들이 회담을 물밑에서 조율했다며 양측 간 사전에 오간 얘기들을 공개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특사라든지 물밑 라인이라든지 하는 건 없다”고 했고, 민주당도 “비공식 채널이 가동된 바 없다”고 부인했다.

대통령실과 민주당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의 비선 라인 동원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듯하다. ‘박영선 국무총리-양정철 대통령비서실장’ 검토설이 불거진 배경에 대통령실 내 비선 조직이 개입했다는 논란이 나온 지 불과 얼마 되지 않아 또다시 비선 얘기가 나온 것이다. ‘자가발전’과 과장이 아주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두 교수가 비공식 메신저 역할을 했다고 자처하며 양측 간에 내밀하게 오간 내용까지 상세하게 공개한 상황에서 무작정 부인만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두 메신저가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여당의 4·10총선 참패 직후 함 원장을 불러 이 대표와의 만남을 주선해 달라고 했고, 함 원장은 임 교수와 함께 막후 특사 역할을 했다고 한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국무총리 추천과 핫라인 구축, 여야정협의체 구성까지 제안했고, 이 대표의 차기 대선 경쟁자가 될 만한 인사는 대통령실 인선에서 배제하겠다거나 이 대표 수사는 결국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된 것 아니냐는 등의 얘기까지 전해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당장 여권 내부에선 격앙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는 “진짜 보수 궤멸자다. 지금 탈당하라” “총리 후보를 민주당에 구걸하느냐”는 내용의 글까지 올라왔다.

정치에는 일종의 윤활유 역할로서 비공식 채널이 필요할 때가 있다. 첨예한 대결 상황이나 민감한 회담을 앞두고 때로는 공식 라인 외에 막후 비선 접촉이 일을 풀어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공식 라인을 보완하는 수준이지 그것을 대체하는 정도는 아니었다. 더욱이 그 막후 얘기는 대개 훗날의 회고담으로 알려졌지 이번처럼 회담이 끝나자마자 대놓고 자신의 역할을 내세워 시시콜콜 공개하는 일도 없었다. 이런 듣도 보도 못한 주변 정치가 횡행하는 이유가 뭔지, 내일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이 설명해야 할 것이 하나 더 늘었다.
#영수회담#함성득#임혁백#비선 거래#윤대통령#이재명#비공식 라인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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