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 창작 뮤지컬을 기반으로 한 소설 ‘김종욱 찾기’는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첫사랑의 추억을 다루고 있다. 김종욱과 동명인 나는 십수 년 전 ‘김종욱과 동반 1인 뮤지컬 무료 관람’ 이벤트 덕택에 공연 관람 후 수십 명의 ‘김종욱’들과 무대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한 경험이 있다. 당시 쑥스럽다며 무대로 나오지 않고 객석을 지켰던 여자친구는, 지금 내 반려자가 되어 세 남매 엄마로서 씩씩한 삶을 살고 있다.
김종욱 제우스투자일임사 대표위 바이런의 명언은 소설의 로맨틱한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굉장한 적’에 맞서기 위한 남편들의 노력은 얼마나 가상하던가. 함께 쇼핑 나온 아내가 거울 앞에서 보라색과 분홍색 옷을 들고 “여보, 나 어떤 색이 어울려?” 물어보면 무심한 남편들은 “둘 다 괜찮아”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아내들이 원하는 답이 아니다.
소통 강사로 유명한 김창옥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보라색은 어려 보이고, 분홍색은 날씬해 보이네!”라고 답해야 한다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고단함을 피하는 동시에, ‘적’의 추가 공세를 차단하는 기막힌 처세술에 남편들은 열광했다. 나 역시 ‘보라색은 어려 보이고…’를 틈틈이 외우고 있다. 아내가 물어보면 구구단처럼 튀어나올 수 있도록.
지루했던 장마가 끝나고 뙤약볕이 한참이던 어느 날, 점심 먹고 사무실로 들어가는 내 앞에 한 노년 부부가 걸어가고 있었다. 무심코 지나치려던 내 시선에 들어온 할머니의 앙증맞은 꽃무늬 양산과 두 분의 승강이. ‘나는 괜찮다’는 할아버지를, 할머니가 타박하며 작은 양산 아래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도망가려는 할아버지 옷깃을 꽉 붙잡고 양산을 씌우느라 할머니 머리 위로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지만, 정작 당신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잠시 후 할아버지는 체념한 듯 슬며시 꽃무늬 양산 아래로 들어오더니 할머니와 나란히 걷는다. 참으로 굉장한 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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