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론/지성우]디지털 자산 증가, 공직자 재산공개제도 빈틈 메울 때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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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신고대상 됐지만 거래소 외 거래는 빠져
신고 주기 대폭 줄이고, 전 거래 내역 공개 필요
디지털 전문가 참여 검증위원회도 설치해야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차기 헌법학회장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차기 헌법학회장
최근 야당 소속 한 의원이 코인에 투자하고 국회 청문회 등 주요 업무 시간에 다수의 거래를 한 것이 드러났다. 그런데 해당 의원의 코인 거래는 우연한 기회에 외부로 알려졌을 뿐 정기적으로 시행되는 공직자 재산신고에서는 전혀 밝혀진 바 없었다. 그 의원은 자신의 코인 거래 행위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렇게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재산공개 제도에 허점이 있기 때문이다.

현행 공직자의 재산공개 제도는 ‘공직자윤리법’에 근거하고 있다. 이 법은 공직자 및 공직 후보자의 재산 등록과 등록재산 공개 및 재산형성과정 소명과 공직을 이용한 재산 취득의 규제, 주식백지신탁 및 선물신고, 퇴직공직자의 취업 제한 및 행위 제한 등을 규정하고 있다. 공직자의 부정한 재산 증식을 방지하고, 공무 집행의 공정성을 확보하여 공직자 윤리를 확립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에 의하면 먼저 4급 이상 공무원(일부 특정 분야는 7급 이상 등) 및 공직유관단체 임직원은 재산을 등록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나아가 1급 이상 고위공직자의 재산은 등록 후 일반에 공개한다. 또한 주식백지신탁 제도와 100달러 이상의 선물을 받은 경우 신고하도록 하고 있고 퇴직한 공무원은 일정 기간 동안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는 특정 분야에 종사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렇게 현행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는 매우 상세하게 규정되어 있지만 여전히 몇 가지 입법적 흠결은 조속히 시정되어야 한다.

첫째, 자산 가치가 있는 모든 디지털 가상화폐에 대한 공개와 공시 제도가 속히 마련되고 확대되어야 한다. 최근까지 재산공개의 대상은 주로 주식과 부동산에 한정되어 있었고, 코인과 같이 새롭게 등장하는 거래 품목에 대해서는 이를 등록·공시할 방법이 규정되어 있지 않았다. 모든 가상자산을 재산적 가치로 평가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가상자산거래소가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우선은 이 거래소 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가상자산의 보유 현황과 거래 내역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만시지탄이지만 국회는 이러한 취지로 올해 5월 25일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이 법에는 여전히 거래소 이외에서 거래되는 가상자산이나 새로 발명되어 유통되는 디지털 자산에 대해서는 어떻게 조사·검증해야 하는지에 대해 전혀 규정하고 있지 않다. 향후 실제의 재산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새로 발명되어, 거래소 이외에서 유통되는 디지털 자산에 대해서도 현황 조사와 등록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둘째, 주요 재산의 등록을 일정 시점에만 한정하는 제도는 최소한 주식과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변동 상황과 거래 내역의 신고·등록 주기를 대폭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 언론에 의하면 이번에 문제 된 의원은 재산등록 시기에만 주식 등 자산을 처분해서 자신의 은행 계좌에 입금해 놓고 이를 등록했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매우 활발하게 주식 거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재산등록 시점의 최종 결과치만을 공개하면 되기 때문에 업무 중의 거래 등 공직자로서의 품위와 윤리에 반하는 행위를 걸러내지 못했다. 따라서 이러한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주식이나 가상자산 등에 대해서는 거래 내역을 주기적으로 신고하게 하거나 해당 신고 기간의 모든 거래 내역을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 디지털 가상자산의 등록과 거래의 합법성과 적정성을 규명하기 위해 전문가들로 구성되고 독립적인 지위와 권한을 가지는 검증위원회를 구성·운영해야 한다. 디지털 가상자산의 거래 상황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정보기술(IT)과 관련 법 지식에 정통한 전문가들이 독립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제도와 기관 또는 조직이 필요하다. 올해 5월 25일 ‘국회법’이 개정되어 최근 이러한 권한이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부여되었다. 하지만 윤리심사자문위원회는 국회 내의 자문기구에 불과하기 때문에 자금의 흐름이나 최첨단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가상자산에 대해 조사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향후 국회윤리심사자문위원회를 대체하는 독립적·전문적인 검증위원회를 설치·운영해야 한다.

이 밖에도 공직자 재산등록 제도와 관련해서는 국내 주식은 직무 관련성을 심사하면서 해외 주식은 심사하지 않는 점, 비상장주식의 백지신탁 제도가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않은 점, 부동산의 신고 가액이 시가를 반영하고 있지 못하는 점 등 앞으로도 보완해야 할 사안이 다수 존재한다.

투명한 모든 재산의 공개라는 제도 개선의 방향은 분명하다. 공직과 재산은 엄격히 구분되고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하라고 하는 것이 국민들의 요구이기 때문이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차기 헌법학회장


#디지털 자산 증가#공직자 재산공개제도#동아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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