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탈정치” 서울교통공사 MZ노조, 양대 노총 연합후보 꺾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1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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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통공사 영업본부의 근로자 대표 선거에서 MZ세대가 주축인 ‘올바른노동조합’의 후보가 민노총과 한국노총 연합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사내 의결기구인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 참여하는 영업본부의 근로자 대표를 뽑는 선거에서 기존 노조와 차별화를 내건 MZ노조가 양대 노총을 꺾은 것이다.

그동안 산업안전보건위의 영업본부 근로자 대표는 조합원 과반을 차지한 민노총 출신이 당연직으로 맡아왔다. 그런데 2021년 8월 올바른노조 출범 이후 조합원의 이탈로 민노총 과반이 깨지면서 이번에 선거를 치르게 됐고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특히 양대 노총이 단일 후보를 냈는데도 올바른노조의 30세, 입사 8년 차 후보가 55%(1899표)를 득표해 10%포인트 이상 따돌렸다는 점이 주목된다.

교통공사 영업본부 재적 인원 3900여 명 중 양대 노총 소속이 53%이고, 올바른노조 소속은 31%다. 이 가운데 3400여 명이 투표에 참여했는데 양대 노총 조합원의 상당수가 이탈해 올바른노조 후보에게 표를 던진 것이다. 기성노조의 구태에서 벗어나 올바른노조가 추구하는 공정성과 탈정치, 근로 조건 개선이라는 노조의 본래 가치에 동조하는 노조원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변화의 움직임은 지난해 12월 서울교통공사의 지하철 파업에서도 확인됐다. 외부 세력과 연계한 정치 파업에 젊은 노조원들이 “명분이 적다”며 등을 돌리면서 파업은 하루 만에 종료됐다. 올 2월 올바른노조를 비롯해 신생 노조 8곳이 참여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가 출범했을 때만 해도 이들의 영향력이 제한적일 거라는 의견이 적지 않았지만, 이번 교통공사 근로자 대표 선출에서 보듯 MZ노조의 움직임은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한국경영학회와 함께 경영학 교수 151명에게 올해 경영환경 리스크를 물었더니 ‘불안한 노사관계’가 1순위로 꼽혔다. 공정과 상식의 가치를 지향하는 MZ노조가 갈등과 대결의 노사관계를 청산하고 합리적인 노사 문화의 길을 열어줘야 할 것이다. 아울러 낡은 투쟁과 구태에 사로잡힌 기성노조에도 개혁의 바람을 불어넣길 기대한다.
#서울교통공사#mz노조#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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