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전투구’ 與전대… 집권당 책임도 비전도 안 보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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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왼쪽부터),김기현,안철수 ,천하람 국민의 힘 당대표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상암동 채널A스튜디오에서 채널A 주관으로 열린 마지막 방송토론회에 시작 전에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동주 기자
국민의힘이 어제 채널A 주관으로 당 대표 경선 마지막 TV 토론을 열고 당 차원의 공식 선거운동을 마무리했다. 오늘부터 나흘간 모바일 투표와 ARS 투표가 이어지고 8일 전당대회에서 새 당 대표와 5명의 최고위원을 선출한다. 대표 선거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결선 투표를 거쳐 12일 당 대표를 확정한다.

대선 1년 만에 치러지는 집권 여당의 전대를 바라보는 국민 시선은 냉랭한 게 사실이다.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달아 승리하고도 내홍에 휩싸인 당 체제를 정비하고 책임 있는 여당의 면모를 새롭게 갖추는 전대가 되길 기대했지만 그간의 과정은 실망스러웠다. ‘당원 투표 100%’ 룰 변경, 윤심(尹心) 논란으로 극심한 분란 속에 출발한 경선은 막판까지 이전투구로 치달았다.

2일 열린 서울 합동연설회에선 김기현 후보가 안철수 후보를 향해 “당을 망칠 사람”이라고 비난하고, 안 후보는 김 후보의 땅 투기 의혹을 들어 “이재명의 대장동과 판박이”라고 공격하는 등 감정싸움이 극에 달했다. 황교안 후보가 처음 제기한 땅 투기 의혹은 울산 KTX역 연계도로가 김 후보 소유의 임야를 지나는 방향으로 2007년 설계가 변경되며 거액의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내용이다. ‘가짜뉴스’라고 반발한 김 후보는 안, 황 후보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최고위원 선거에서는 장예찬 후보가 과거 불법 레이싱 모임에서 활동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다른 후보들과 사퇴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선 과정을 돌아보면 국민의힘은 집권당으로서의 위상을 상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물가·고금리에 경기 침체, 수출 부진 등으로 민생은 갈수록 팍팍하고 경제 전망도 암울한 상황이지만 전대를 치르는 동안 민생 현안이나 정책 노선에 대한 제대로 된 토론은 찾아볼 수 없었다. 보수 정당의 미래나 당의 쇄신 방안은커녕 친윤, 비윤 등으로 갈려 싸우는 행태가 한 달 넘게 이어졌다.

소수 여당인 국민의당은 누가 대표가 되든 통합과 안정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집권 2년 차에 접어든 현 정부의 국정을 뒷받침해야 할 책무가 있다. 또 국정이 그릇된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국민 여론을 제대로 전달도 해야 한다. 현역 의원이든, 원외 당협위원장이든 그저 내년 총선 공천만 의식해 특정 후보에 줄 서는 식의 전대로 끝나선 안 된다. 집권당의 위상 회복이 절실하다.
#이전투구#집권당 책임#위상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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