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금개혁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을 듣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고, 세대 간 견해차가 큰 연금개혁을 비전문가들이 모인 위원회에서 다루는 게 적절한 방법인지 의문이다. 노년층, 중장년층은 연금 수령액이 늘어나길 원한다. 청년층은 보험료 부담 증가를 가장 두려워한다. 미래에 큰 부담을 질 소년 세대는 의견을 개진할 기회조차 없을 것이다.
게다가 국회 연금특위 산하 전문가 기구인 민간자문위원회는 아직 단일안도 제시하지 못했다. 민간자문위는 근로자 소득의 9%인 보험료율을 15%로 높이되, 40%인 소득 대체율을 그대로 두는 방안과 50%로 높이는 두 가지 안을 다음 주 국회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방안들을 놓고 공론화위가 논의한다 해도 연금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은 일반인들이 각자의 이해관계를 떠나 최적의 개혁안을 찾아낼 것이라고 기대하긴 어렵다.
국회가 연금특위 시한을 3개월 남기고 공론화위에 공을 넘기는 건 개혁을 늦추겠다고 공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10월에 자체 개혁안을 내놓기로 한 정부 역시 연금개혁 완성판을 2027년까지 내놓겠다고만 할 뿐 개혁을 끝낼 시점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러고 있는 동안 연금 고갈 시점은 계속 앞당겨지고 미래세대의 부담은 더 불어나고 있다. 여야는 공론화위 논의를 거둬들이고 국회의 개혁안을 서둘러 확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