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청무피사도 옛말이 된 지 오래다. 프리미엄은커녕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분양권·입주권을 내놓는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가장 먼저 마피가 나온 건 수백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보였던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이다. 분양·대출 규제 같은 겹겹의 주택 규제를 피할 수 있어 틈새 투자처로 각광받던 상품들이다. 지난해 10월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도시형생활주택에선 분양가보다 1억∼2억 원씩 낮춘 마피 매물이 등장했다.
▷최근에는 비(非)아파트와 지방 부동산 시장을 거쳐 서울 아파트에서도 마피가 속출하고 있다. 입주를 1년 남긴 송파구 오금동의 A아파트는 전용면적 65㎡ 매물이 13억 원대에 나와 있다. 분양가보다 1억5000만 원가량 낮다. 지난해 초 2600 대 1의 경쟁률로 청약을 마쳤을 때만 해도 웃돈이 1억 원 넘게 붙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불과 2년 새 마피가 됐다. 서울에서도 입지가 떨어지거나 단지 규모가 작은 아파트는 더 심각하다. 강북구 수유동 B아파트의 59㎡는 초기 분양가보다 2억5000만 원가량 싸게 나왔지만 여전히 거래가 안 된다.
▷지금도 마피 매물이 안 팔리는데 올해 전국에서 35만 채 넘는 아파트 입주 물량이 쏟아져 역전세난과 마피 증가세가 동반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특히 강남 4구의 입주 물량은 지난해보다 3배 이상 많아 전세계약을 갱신하려면 집주인이 5억 원 안팎의 현금을 준비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됐을 때 마피 매물을 브로커를 통해 넘기는 탈법이 성행한 적 있다. 역전세든, 마피든 그 고통이 개인을 넘어 사회 전체의 문제라는 점에서 더 세심하고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정임수 논설위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