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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카카오 먹통’ 조사 결과… 시스템도 관리도 ‘구멍가게’였다

입력 2022-12-07 00:00업데이트 2022-12-07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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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
10월 발생한 카카오 먹통 사태는 불이 나더라도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체계를 갖추지 않은 데이터센터, 완전한 이중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은 카카오의 실책이 겹쳐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비용을 아끼느라 기본을 망각하고 방치해둔 허점이 전 국민이 쓰는 소셜미디어, 택시호출 서비스를 마비시키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사고 발생 53일 만에 조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SK C&C 판교데이터센터가 리튬이온 배터리와 비상전원을 공급하는 무정전 전원장치(UPS)를 같은 장소에 설치한 것을 문제로 지적했다. 배터리에서 불이 나도 UPS는 정상적으로 작동해 전기를 공급해야 하는데 너무 가까이 설치돼 UPS까지 작동을 멈췄다. 카카오의 경우 카카오톡 등의 핵심 기능을 맡은 서버들이 판교데이터센터 한 곳에 집중된 게 문제였다. 별도의 데이터센터에 이중, 삼중 시스템을 갖췄더라면 빠른 복구가 가능했을 텐데 카카오는 비상용 서버까지 같은 데이터센터에 뒀다.

게다가 SK C&C는 화재에 대비한 구체적 대응 계획을 세우거나 모의 훈련을 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도 전체 데이터센터가 한꺼번에 셧다운 되는 상황에 대비한 훈련을 한 적이 없다고 인정했다. ‘국민 메신저’가 구멍가게만도 못한 안전 체계에 의존해 운영되고 있었던 것이다. 완전 복구까지 127시간 33분이 걸린 카카오 먹통 사태로 피해를 봤다고 신고한 사례만 10만5000여 건이다. 부주의와 방심으로 초래된 네트워크 붕괴가 초연결 사회에 얼마나 큰 위협이 되는지 깨닫게 해준 인재(人災)다.

시스템 이중화의 부재는 독점적 플랫폼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 비용은 줄이려는 기업들의 욕심이 낳은 결과다. ‘문어발 경영’ 소리를 들을 만큼 사업 분야를 확장하면서도 서비스 안정화를 위한 투자는 뒷전이었다. 해당 기업들은 소비자 피해에 대한 철저한 보상은 물론이고, 재발 방지를 위해 앞으로 어디에 어떻게 투자할 것인지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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