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훈, 7개월만에 사퇴…카카오 “데이터센터 셧다운 훈련 없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19일 1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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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훈(왼쪽)·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가 19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데이터 센터 화재로 인한 대규모 먹통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남궁훈(왼쪽)·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가 19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데이터 센터 화재로 인한 대규모 먹통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카카오 서비스를 책임지는 대표로서 어느때보다 참담한 심정과 막중한 책임을 통감하며, 카카오의 쇄신과 변화에 대한 의지를 다지고자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습니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이사가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발생한 카카오 서비스 장애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경영진의 ‘주식 먹튀’ 상황에서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올 3월 취임한 뒤 약 7개월 만이다. 카카오는 이날 사고 조사 및 이용자 보상 계획, 재발방지책도 함께 내놓았다.

●취임 7개월만 사퇴 남궁 대표 “카카오 치부 드러내야할수도”

19일 경기도 성남 카카오 판교캠퍼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남궁 대표는 “카카오뿐만 아니라 업계의의 재발을 방지하려면 카카오의 치부를 드러내야 할 수 도 있지만, 이것 또한 카카오의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처절한 반성과 함께 사회에 마지막 소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남궁 대표는 이번 사태의 대응 컨트롤타워인 비상대책위원회의 재난대책소위를 맡아 사태 수습 등을 맡을 계획이다.

남궁 대표가 취임 7개월여만에 사퇴하면서 카카오는 당분간 홍은택 대표 단독 체제로 운영된다. 메타버스 서비스 등 남궁 대표가 앞장서 추진하던 카카오의 신사업은 권미진 수석부사장이 이끌어갈 전망이다.

카카오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고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보상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홍은택 대표는 “카카오톡은 국민 대다수가 쓰기에 공공성을 띠는 서비스지만, 저희는 그에 부합하는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직접적인 원인과 그 배경이 되는 간접적 원인까지 방대하게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피해에 대한 보상 정책에 대해서는 “유료서비스 이용자뿐 아니라 장애로 피해를 입은 이용자와 파트너, 다양한 이해관계자에 대한 보상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고객센터 등을 통해 이뤄지던 기존 채널과 별개로 19일부터 약 2주간 별도의 신고채널을 열고 신고받은 내용을 기반으로 보상대상 및 범위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데이터센터 셧다운’ 가정한 훈련 없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카카오가 대규모 장애를 겪은 이유에 대한 추가적인 배경이 공개됐다. 카카오에 따르면 카카오의 전체 서버는 전국 데이터센터 4곳에 약 9만 대가 분포돼있다. 30%에 달하는 3만 2000대의 메인서버가 판교 데이터센터에 편중돼 큰 규모의 피해가 발생한 셈이다. 카카오는 서버의 데이터 자체는 모두 이중화가 되어있었지만 이를 운영하는 작업도구가 이중화되지 않았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홍 대표는 “고객의 데이터, 주요 서비스 응용프로그램은 이중화가 되어있었지만 그것을 다루는 개발자의 작업도구가 이중화되지 않은게 대처의 실패”라고 밝혔다.

극단적인 재난 상황과 셧다운을 대비한 재해 대응 및 복구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면하긴 어렵다. 카카오는 이번 사례처럼 재난 재해로 인해 데이터센터가 셧다운되는 상황은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홍 대표는 “카카오톡직원들은 일종의 ‘민방위훈련’을 한다. 주 훈련 내용은 재야의 종소리가 울리는 연말 등 트래픽이 몰리는 시기를 가정한다”며 “이번처럼 데이터센터 셧다운을 대비하는 훈련은 없었다”고 말했다.

●자체 데이터센터 구축, 다른 센터 임차 계획도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 안정적인 이중화와 재해대응에 대한 계획도 내놓았다. 홍 대표는 “판교 센터에는 스토리지 장비 등 무거운 장비가 많아 이동 시 오히려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옮기는 계획은 없다”면서도 “현재 운영되는 데이터센터 4곳 외에도 다른 센터의 상면공간을 확보하고, 화재의 근본 원인이었던 리튬이온배터리 대신 납축전지를 사용하는 대안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이날 건축 예정인 자사 데이터센터의 구체적인 규모와 현황, 방재 계획 등을 내놓았다. 2023년 9월 준공 예정으로 2024년 1월 본격 가동이 예정된 경기도 안산 제1데이터센터는 12만 대의 서버를 수용할 수 있다. 2024년 1월에는 서울대 시흥캠퍼스에도 제2데이터센터 건설이 예정돼있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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