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망 전체 셧다운 훈련 없었다” 비단 카카오만의 문제일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2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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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먹통’ 사태와 관련해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19일 “데이터센터 전체의 셧다운에 대비한 훈련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평소 연말 등 트래픽 폭증 상황에만 초점을 맞춰 재난 대비 훈련을 해왔다. 판단 오류가 있었다”고 시인했다. 화재 정전 침수 테러 등 각종 재난에 대비한 훈련 같은 위기관리 체제가 작동하지 않았음을 인정한 것이다.

기본적인 재난 대비가 없었다는 카카오 측의 시인은 ‘거대 공룡’에 비유되는 플랫폼 기업이 사실상 구멍가게 수준으로 운영돼 왔다고 고백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러니 재난 대비 비상계획의 가장 기본적 조치인 데이터센터의 백업시스템 구축이 제대로 이뤄졌을 리 없다. 카카오 측은 “서비스 데이터와 운용 프로그램은 이중화돼 있었지만 이를 다루는 개발자들의 작업도구를 이중화하지 않은 것이 치명적 실패였다”고 실토했다.

카카오는 10년 전에도 이번과 유사한 ‘카톡 불통’ 사태를 겪은 바 있다. 데이터센터의 전원장치 이상으로 서비스가 4시간가량 중단되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카카오는 서버 분산과 이원화 체계를 약속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그간 카카오는 문어발식 확장을 거듭하며 대기업으로 초고속 성장했으나 그에 걸맞은 책임 의식도 관리 능력도 갖추지 못했다.

이것은 비단 카카오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거대 플랫폼 기업이 민간 데이터센터의 일부 공간을 빌려 쓰는 수준이라면 제2, 제3의 유사한 사태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뒤늦게 부가통신사업자의 안전관리 의무를 강화하는 법률 개정이 추진되고 있지만 그것은 기본적 조치일 뿐이다. 기업 스스로 인프라 구축은 물론이고 다양한 재난 상황에 대비한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 신속한 대응·복구 능력을 갖춰야 한다.

대형사고 발생 전엔 수많은 작은 사고와 징후들이 나타난다는 하인리히 법칙은 이번에도 틀리지 않았다. 사람 데이터 사물 모든 것이 네트워크에 연결된 초연결 사회다. 플랫폼 기업의 무책임이 상당수 국민의 일상을 마비시킨 이번 사태를 겪고도 근본적인 대책 마련 없이 넘어간다면 그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대재앙의 예고편일 수밖에 없다.
#카카오 먹통#망 전체 셧다운 훈련 부재#위기관리 체제 미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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