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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성범죄자 찰리와 지역 공동체[기고/김기환]

김기환 울산보호관찰소장
입력 2022-12-05 03:00업데이트 2022-12-05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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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환 울산보호관찰소장김기환 울산보호관찰소장
찰리는 아동 성범죄 10여 회를 저질러 구금 생활을 한 뒤 1994년 41세에 석방돼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조그만 도시 해밀턴에 정착을 시도한다. 가족도 친척도 없는 상황에서 목사인 해리가 후원자로 나서게 된다. 캐나다는 미국처럼 성범죄자를 사회로부터 최대한 격리하며 거주지 제한, 전자 감시, 신상정보 공개, 그리고 치료 감호도 실시한다. 성범죄자를 혐오하는 이웃들에 의해 목사 해리마저도 지역사회에서 쫓겨날 지경이었지만, 그는 위기를 잘 헤쳐 나갔고 ‘후원과 책임성 회복의 공동체(코사·CoSA·Circles of Support and Accountability)’라는 회복적 사법에 근거한 성범죄자 치료 프로그램까지 만든다.

‘코사’의 사명선언문에는 ‘출소한 성범죄자들을 책임감 있고 생산적인 사회 구성원으로서 통합시키기 위해 (전략적인) 지지와 후원을 제공함으로써 또 다른 성폭력 피해자 발생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감소시킨다’고 천명되어 있다. 단체는 성범죄자의 긍정적 변화를 위한 지역사회의 노력을 강조한다. 몇 명의 자원봉사자가 한 팀으로 멘토 역할을 하면서 성범죄자의 부정적 관점이나 고립된 삶의 방식, 인지적 왜곡 등을 변화시켜 타인에 대한 책임감과 범죄로부터 멀어지는 생활 패턴을 가지도록 돕는다.

찰리는 2005년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사망할 때까지 예상과 달리 어떤 성범죄에도 연루되지 않았다. 코사의 효과성을 연구한 로빈 윌슨은 그해 발간한 논문에서 코사 프로그램이 성범죄자의 재범률을 70%까지 낮췄다고 밝혔다. 20여 년간의 다른 연구에서도 코사 활동이 재범률을 유의미하게 낮춘다는 보고를 하고 있다.

한국은 형기 종료 후 석방되는 고위험 성범죄자에 대해 전자 감독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위험성이 높은 성범죄자에 대해서는 보호관찰관의 일대일 전담관리제를 적용해 24시간 행동을 통제하고 있다. 이는 세계 어느 나라에 못지않은 최첨단의 전자 감독 시스템에 기반해 운영되고 있다. 그럼에도, 고위험 성범죄자에 대한 형량의 상향, 재범 위험의 원천적 차단을 위한 보호수용제 도입 등 지역사회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보다 강력한 대책을 시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다.

다만, 최근의 영미 등에서 본격 시도되고 있는 ‘증거에 기반한 교정’에 따르면 강경 일변도의 정책보다 자발적 동기를 높이고, 지역사회의 자원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재범률 감소에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도 감안됐으면 한다. 물론, 형사절차 전반에 걸쳐 보다 정밀하고 과학적인 재범 위험성 평가를 통해 개선의 여지가 희박한 범죄자에 대해서는 선택적으로 사회와 장기 격리시키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그러나 주어진 형기의 책임을 다하고 사회로 복귀하는 대부분의 성범죄자에 대해서는 엄정하고 촘촘한 관리 시스템과 더불어 지역사회 주민들의 따뜻한 온기를 전해야 한다. 이를 통해 그릇된 행위 중독과 범죄의 굴레를 스스로 벗어던지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지혜롭고 성숙한 공동체가 형성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김기환 울산보호관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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