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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임기 26일 남긴 청장 하차시킨 행안부의 ‘경찰 통제’ 독주

입력 2022-06-28 00:00업데이트 2022-06-28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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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서 사의를 표명한 김창룡 청장이 청사를 나서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김창룡 경찰청장이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움직임에 반발하며 임기 2년을 불과 26일 앞둔 어제 사의를 표명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공룡 경찰’ 우려가 큰 상황에서 행안부가 손놓고 있는 건 직무유기”라며 경찰 통제 강화 방침을 분명히 했다. 2003년 임기제 도입 이래 치안총수 12명 중 8명이 중도 하차하면서 ‘정치적 중립 보장’이라는 임기제의 취지는 무색해졌다.

김 청장은 윤석열 정부의 경찰 통제 방안에 반대하다가 떠밀리듯 그만뒀다. 친(親)검찰 성향 인사 위주로 구성된 행안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는 이 장관 취임 당일 첫 회의를 연 이래 한 달여 만에 경찰국 신설을 권고했고, 일주일 뒤 이 장관은 권고안을 그대로 수용했다.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갖게 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나흘 전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를 경찰 책임으로 돌리면서 “중대한 국기 문란”이라고 질타했고, 대통령실은 그날 오후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의 인사검증 동의서를 받았다. 사실상 김 청장의 사퇴를 압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행안부는 경찰국을 설치하는 내용의 시행규칙을 다음 달 15일 전에 확정할 계획이다. 이 장관은 “역대 청와대에서 경찰을 직접 지휘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는데, 이는 행안부를 패싱한 것”이라며 경찰국 신설이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박종철 고문치사 및 조작 사건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1991년 옛 내무부 치안본부에서 경찰청을 분리했고, 이후 행안부는 경찰위원회를 통해 경찰을 간접 통제해 왔던 역사를 돌아봐야 한다. 민정수석비서관실 폐지로 새로운 통제 방안이 필요하다면 국회 입법으로 해결해야 위법 시비를 줄일 수 있다.

경찰의 수사권이 확대되는 검수완박법은 올 9월부터 시행돼 아직 논의를 할 시간이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 행안부가 ‘경찰 길들이기’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으면서 일선 경찰의 의견 수렴도 하지 않고 급하게 경찰 통제 방안을 밀어붙이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경찰도 ‘견제 받지 않는 공룡 경찰’이라는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논의를 거부만 해선 안 된다. 검찰이 맡았던 중대범죄 수사를 경찰이 어떻게 제대로 수사할지, 외부 수사 개입을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은 뭔지를 경찰 스스로 내놓고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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