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박희창]“진짜 이번에는 되냐” 모두가 되묻는 규제개혁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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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창 경제부 기자
박희창 경제부 기자
정부가 그린 새 경제정책 밑그림에서 가장 중요한 축 하나는 규제개혁이다. 정부는 16일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며 “기존 틀을 깨는 과감한 조치로 그간 이루지 못했던 규제개혁 성과를 창출하고 민간, 기업 투자 활성화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기업 발목을 잡는 모래주머니를 떼어내고 ‘민간 주도 성장’을 통해 코앞으로 다가온 경제위기와 저성장을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경제 분야의 규제개혁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책임지고 있다. 경제와 관련된 핵심 규제를 집중 점검하고 개선하기 위해 부총리를 팀장으로 하는 ‘경제 규제혁신 태스크포스(TF)’가 만들어진다. ‘원인 투아웃(One In, Two Out)’룰도 도입한다. 새로운 규제를 1개 만들 때마다 그 규제 비용의 2배에 해당하는 기존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하도록 하는 제도다. 앞서 영국이 이 제도를 시행해 10조 원 넘는 규제 비용 감축 성과를 냈다고 한다.

규제개혁은 정권이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는 레퍼토리다. 이전 정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제개혁에 소홀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던 문재인 정부 역시 출범 초기 규제개혁에 나섰다. 윤석열 정부에서 업그레이드해 추진하기로 한 ‘규제 샌드박스’가 그때 처음 도입됐다. 신산업, 신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놓으면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유예해주는 제도가 규제 샌드박스다.

그만큼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방증이다. 문 정부는 지난해 12월 ‘경제 분야 36대 성과’를 발표하며 ‘규제혁신’을 18번째 성과로 꼽았다. 10대 신산업 분야 규제 개선 210건, 현장 밀착형 규제혁신 방안 282건 등 구체적인 숫자도 제시했다. 하지만 “민간의 규제개선 체감도를 제고할 수 있도록 현장 중심의 규제혁신을 지속, 강화하겠다”며 해당 장을 마무리했다. 민간에선 규제개혁의 성과를 느끼기 어려웠다는 걸 정부도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기업들 사이에서 “실제 결과를 봐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이런 경험들이 쌓였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달 초 내놓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새 정부의 규제개혁에 대해 ‘기대한다’고 답한 비율은 24.6%였다. ‘기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4%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정부 내부에서도 “진짜 이번에는 되냐”는 말이 나온다. 정권 초 규제개혁을 추진하다가 뒤로 갈수록 흐지부지돼 버렸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다.

관가에선 ‘정치물이 덜 든’ 대통령에게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기존 정치세력에 갚아야 하는 빚이 많지 않은 만큼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해관계에서 그나마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새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며 “규제 완화는 지도자의 의지에 굉장히 많이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의지만으론 부족하다. 규제개혁의 필수 요소인 법 개정을 위해선 어제까지 23일째 개점휴업 중인 국회의 도움 역시 필요하다. 달라진 게 없는 국회의원들 덕분에 5년 뒤에도 “진짜 이번에는 되냐”고 되물을 가능성이 더 크다.

박희창 경제부 기자 ramblas@donga.com
#새 경제정책#규제개혁#기대#진짜 이번에는 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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