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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아이 훈육에 지칠 때 생각해볼 것들[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입력 2022-06-15 03:00업데이트 2022-06-15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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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훈육이 실패하는 몇 가지 이유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우리는 왜 매번 훈육에 실패할까? 그 대표적인 이유를 몇 가지 뽑아 봤다.

첫 번째, 훈육은 부모의 마음이 불편하면 실패한다. 마음이 불편한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아이가 말을 안 듣는 모습이 보기 싫거나 우는 소리가 듣기 싫거나 주변에 눈치가 보이거나 왠지 측은하고 불쌍해 보여서도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마음이 든다면 훈육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부모가 훈육을 잘해야 아이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상황마다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어떻게 참아내야 하는지를 못 배우면 아이는 사소한 것에 화를 내는 사람이 되고, 남들이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도 혼자 괴롭다. 아이가 제대로 된 한 사람으로 자기를 조절하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훈육은 꼭 필요하다. 훈육의 본질을 가슴 깊이 받아들이면 부모의 눈빛은 편안해지고 마음은 담대해진다. 그래야 무섭지도 부드럽지도 않은 분명한 목소리가 나온다.

두 번째, 훈육은 화를 내고 강압적이면 실패한다. 훈육을 하면서 화를 낸다는 것은 부적절한 통제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 말에 꿇으라면 꿇어!”의 마음일 때, 아이가 내 속도로 따라오지 않을 때 화가 난다. 내가 한두 번 얘기를 했는데, 아이가 바로 교정이 안 되면 못 견딘다. 기분이 나빠진다. 더 강압적인 방법을 쓰게 된다. 그런데 훈육은 ‘가르침’이다. 지나치게 강압적이고 통제적인 가르침은 배움을 가져올 수 없다. 저항감만 만들 뿐이다. 세 번째, 훈육은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면 실패한다. 놀이는 아이가 주도권을 갖는다. 아이한테 “너 뭐 가지고 놀고 싶어?” “나, 이거!” “오케이! 그럼 엄마는 뭐할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훈육은 아니다. 다른 사람과 평화롭게 살아가려면 꼭 배워야 하는 사회적인 규칙을 가르치는 것이다. 따라서 훈육의 과정에서는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어서는 안 된다. 아이가 타협안을 내도 받아주면 안 된다. 그냥 “안 되는 거야”를 가르쳐야 한다. 아이가 “∼ 해주면 말 잘 들을게요”라고 말해도 들어줘서는 안 된다. 아이가 먼저 의견을 제시해서 부모가 “알았어”라고 하면 주도권을 아이에게 넘기는 것이다. 주도권이 넘어가면 훈육은 실패한다.

네 번째, 훈육은 아이와 힘겨루기를 하면 실패한다. 간혹 훈육을 부모가 아이를 힘으로 제압하는 것인 줄 오해하는 부모들이 있다. 절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어디서 까불어. 내가 너보다 힘 세’ 식으로 접근하면 실패한다. 아이를 훈육하는 것은 힘겨루기가 아니라 어른이 아이에게 옳은 일, 옳지 않은 일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뭔가를 배우려면 아이 스스로 이 상황을 안전하게 느껴야 한다. 조금이라도 강압적이어서는 배우지 못한다. 단, 힘의 균형은 유지돼야 한다. 아이가 팔을 휘젓거나 발로 찰 때 부모가 “아야야∼” 하면서 비명을 지르거나 휘청 넘어져서는 안 된다. 버티고 서서 “화가 난다고 주먹질을 하면 안 되는 거지” 하면서 아이 팔을 잡아야 한다. 그래야 아이가 그 기세에 눌린다. 여기서 ‘기세’는 아이를 잘 지도하겠다는 마음이다. 그것이 느껴지면 아이가 부모 안으로 싹∼ 들어온다. 어떤 아이는 훈육을 할 때 침을 뱉기도 한다. 피해서는 안 된다. 침은 닦으면 된다. 부모를 겁주기 위해서 자기 힘의 위세를 보여주려고 침을 뱉는 것이다. 훈육을 성공하게 하는 것은 주먹의 힘이 아니라 내면의 힘이다.

다섯 번째, 훈육은 빨리 하려는 마음이 들수록 실패한다. 훈육은 짧게는 40분, 길어지면 2시간 이상 걸린다. 그런데 많은 부모들은 훈육을 5분, 10분 만에 끝내려고 한다. 시간이 길어지면 아이가 안쓰럽든 본인이 화가 나든 마음이 불편해져서 못 견딘다. 훈육은 일단 시작을 하면 제대로 배울 때까지 끝까지 가야 한다. 아이를 짓누르지 말고, 화를 내지도 말고, 한숨을 쉬어서도 안 된다. 가만히 쳐다보면서 기다려줘야 한다. 훈육은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고집이 셀수록, 떼를 많이 부릴수록, 그동안 안 되는 것을 안 된다고 가르치지 않았을수록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훈육은 남발하면 실패한다. 부모는 아이에게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말해줄 수 있어야 한다. 아이는 어른의 말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잘 안 될 때 하는 것이 훈육이다. 예를 들어 부모가 중요한 얘기를 했는데, 아이가 발길질을 한다든가 악을 쓴다든가 하면 훈육을 해야 한다. 그런데 아이가 듣기는 듣는데 부모가 보기에 그 표정이 약간 기분이 나쁘다. 그런다고 훈육을 해서는 안 된다. 태도가 마음에 안 든다고 그것까지 통제하려고 들어서는 안 된다. 부모는 아이가 사회에서 인간답게 평화롭게 살아가는 데 있어서 남의 생명과 권리를 침해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훈육을 하는 것이다. 아이의 기분이 좀 나쁜 것 같으면, “네가 기분 나쁠 수는 있어. 하지만 이것은 엄마가 꼭 얘기해줘야 하는 거야. 잘 기억해라” 하면 된다. 너무 사소한 것까지 훈육하려고 들면, 정작 정말 중요한 것을 훈육할 때 아이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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