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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3D 프린팅, 싸고 빠르게 주택단지를 짓다[임형남·노은주의 혁신을 짓다]

임형남·노은주 가온건축 대표
입력 2022-06-14 03:00업데이트 2022-06-14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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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건설기술회사 아이콘과 덴마크 건축설계회사 BIG가 함께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올해 착공에 나서는 미국 텍사스주의 주택단지 조감도. 전체 100채로 지어지는 주택단지는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훨씬 빠르고, 저렴하고, 친환경적으로 지어질 예정이다. 사진 출처 아이콘
임형남·노은주 가온건축 대표
미래는 늘 궁금하다. 그래서 과거로 돌아간 주인공이 미래의 정보를 이용해 성공하는 내용을 그린 소설이 하나의 장르가 될 정도로 인기가 뜨겁고, 미래를 예측하는 영화도 자주 제작된다. 로봇이 가족처럼 인간을 도와주고, 공중을 날아다니는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는 등 상상 속 미래를 그린 이야기도 셀 수 없이 많다.

그런데 정말 희한하게도 어떤 영화나 소설에도 스마트폰을 다룬 적은 없다. 1968년 발표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나 2009년에 나온 덩컨 존스 감독의 ‘더 문’에서 멀리 떨어진 행성의 가족이나 동료와 화상통화를 하는 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전화기를 손에 들고 다니진 않는다. 그때는 왜 스마트폰을 상상하지 못했을까?

2009년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연단에 올라 아이폰의 탄생을 알리자 대중들은 마치 천상에서 내려와 복음을 전하는 메시아를 본 것처럼 열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폰은 하나의 종교처럼 되어버렸고, 세상을 바꿨다. 휴대전화 하나가 손에 들어오는 것이 뭐 그렇게 대단한 일이냐 하겠지만 13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21세기는, 아니 현대는 스마트폰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시계, 계산기, 내비게이션, TV, 책, 카메라…. 수많은 기기를 흡수한 스마트폰이 가져다준 스마트한 생활에 모두 길들여졌다. 또한 정보의 보편적 소유가 가능해졌고, 지역이나 계층의 경계도 예전보다 훨씬 희미해졌다.

집도 스마트홈(가전제품을 비롯한 집 안의 모든 장치를 연결해 제어하는 기술)으로 변신하는 중이다. 마치 최신식 자동차에 내게 맞는 정보를 설정해두면 운전석에 앉는 즉시 그대로 작동하는 것처럼, 집도 이제 원하는 대로 작동할 수 있는 최신 전자제품처럼 변해가고 있다. 알람, 보안, 공기 조절, 음악 재생, 조명 제어, 온도 설정, 향기 조절, 건강 진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마트 기능을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는 각각의 가전제품을 통합적으로 관리해주는 홈 오토메이션이 가능한 수준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집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시스템으로 발전할 것이다. 심지어 사물인터넷(IoT)이 발전하면 인간의 직접적인 개입 없이도 사물들이 알아서 최적화된 환경을 만들어가게 된다.

건축가 하태석이 설계한 서울 구기동의 ‘IM 하우스’는 가전제품의 통제와 운용을 넘어선 건축적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키네틱 하우스(kinetic house)라는 개념으로, 집의 외관을 덮고 있는 마감재가 움직이면서 집의 표정이 달라지고 내부의 바닥을 움직여 공간을 변화시킨다.

아키그램은 1960년대에 활동한 혁신적인 건축 그룹이다. 영국에서 활동하던 이 그룹은 미래지향적인 건축에 대한 수많은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관념적으로 자급자족하고 순환하는 도시가 실제로도 그렇게 움직인다는 생각도 그중 하나였다. 당시에는 허황된 이야기로 들렸지만 지금 생각하면 무척 혁신적이며 가능성 있는 제안이다.

전기 자동차가 나오면 내연기관으로 움직이던 자동차 부품의 30%가 사라진다고 한다. 자율주행 시스템을 적용해 목적지만 입력하면 자동차가 알아서 운행한다. 운전자 없이도 시스템이 지도를 읽고 장치를 제어하고 작동시킨다. 막히는 도로에서는 앞차와의 간격을 조정하여 속도를 늦춘다. 목적지에 도착해 버튼을 누르면 주차선을 감지해 인간보다 더 정확하게 구획 안에 차를 주차시킨다.

미국 건설기술회사 아이콘이 3D 프린터로 설계하고 건축한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하우스 제로’의 외부(왼쪽 사진)와 내부. 방 3개의 이 주택은 에너지 효율을 높인 시멘트 기반 재료를 사용해 지었다. 사진 출처 아이콘
집도 3차원(3D) 프린터로 만드는 날이 머지않았다. 기계나 컴퓨터에 원하는 값을 입력하면 종이에 문자를 새기듯 자동으로 구조를 설계해 입체 공간을 만들어 낸다. 이런 작업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대형 프린터를 사용해 콘크리트를 층별로 압출한 뒤 벽, 기초, 기둥, 계단 및 기타 건축 요소를 만들고 있다. 프린터는 로봇팔을 움직여 도면에 따라 안전한 금속 프레임상에서 건축물을 쌓아 올리며, 다양한 용도에 맞춰 임의의 방향으로 설정할 수 있다고 한다.

미국의 건설기술회사 아이콘(ICON)은 3월 3D 프린팅으로 설계한 주택 ‘하우스 제로(House Zero)’를 발표했다. 하우스 제로는 에너지 효율을 높인 시멘트 기반 재료로 만든 벽체를 비롯해 방 3개, 화장실 2.5개를 갖추고 있다. 3D 프린팅 건축은 기존 방식보다 훨씬 속도가 빠르고 비용이 저렴하며 친환경적인 주택을 추구한다. 아이콘은 건설회사 레나, 덴마크 건축설계회사 BIG와 협력해 100채를 짓기로 계획하고 미국 텍사스에서 올해 착공한다.

모든 분야에서 인간의 개입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언젠가 인간은 스스로 만들어 놓은 시스템 속에서 앉거나 누워서 관망하기만 해도 되는 날이 올 것이다. 인간 소외는 현대의 가장 중요한 명제이다. 그런데 미래는 그런 우려조차 즐기게 만드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제 공간은 공간이 아니다. 미래의 공간은 물리적으로 고정되지 않고, 사용자의 필요나 기호에 따라 그때그때 최적화될 것이다. 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거스를 수 없는 큰 흐름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다만 그런 혁신 안에 휴머니즘이라는 근본 가치를 놓치지 않는 것이 우리가 지켜야 할 일이다.

임형남·노은주 가온건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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