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야 ‘검수완박’ 전격 합의… 70년만의 수사체계 빅뱅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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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과 더불어민주당 박홍근(왼쪽),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관련 국회의장 중재안에 합의한 후 합의문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과 더불어민주당 박홍근(왼쪽),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관련 국회의장 중재안에 합의한 후 합의문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22일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현행 6대 범죄에서 부패와 경제 등 2개 분야로 축소하는 법안을 이달 말 처리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여야는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대로 검찰 수사를 대신할 중대범죄수사청이 내년 하반기에 출범하면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완전히 없애는 내용의 합의문에도 서명했다. 유예 기간을 두긴 했지만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 분리하는 것은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약 70년 만에 형사사법제도의 틀을 송두리째 바꾸는 일대 변화다.

김오수 검찰총장과 고검장급 고위간부 7명은 이날 여야 합의에 반발해 일제히 사표를 제출했다. 목표 시한을 정해놓고 추진되는 중재안에는 심각한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검수완박에 반대해 온 국민의힘은 물론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여야 합의를 존중한다고 밝혀 결정이 뒤집힐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검찰은 조직 이익이라는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국민을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를 판단해서 행동해야 한다.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검찰은 대대적인 조직 개편이 불가피하다. 올 9월부터 6대 범죄 중 공무원, 선거, 대형 참사, 방위사업 분야 수사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다. 중수청이 출범하는 내년 연말부터 검찰은 수사와 기소를 겸하던 기관에서 기소만 담당하는 기관으로 바뀐다. 이미 공수처에 기소권 일부를 내준 검찰은 남아 있는 수사권도 중수청과 경찰에 순차적으로 넘기게 되는 셈이다. 검찰은 기소독점권과 영장청구권이라는 절대적 권한을 쥐고 다른 기관의 견제나 내부 통제를 제대로 받지 않고 수사를 해 왔다. 이런 점이 검찰 권한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져 왔다.

형사사법제도가 개편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부패 대응 역량이 떨어질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검찰이 맡고 있는 6대 범죄의 피의자는 주로 정치인 등 화이트칼라 특권층이고, 피해자는 일반 국민들이다. 검찰이 이들 범죄가 다른 기관으로 넘어간다는 이유로 긴장감을 늦춰서는 안 된다. 경찰 수사에 대한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도 검찰이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검수완박법’ 처리를 강행하려 했던 민주당이나 이를 저지하려고 했던 국민의힘은 모두 ‘절반의 성공’이라고 말하고 있다. 공수처 설치법 등이 강행 처리된 지 1년여 만에 ‘검수완박법’을 쫓기듯이 합의한 것은 문제가 있다. 여야는 향후 법 개정 과정에서 유관 기관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빈틈을 메우는 조치를 해야 할 것이다. 공정하면서도 효율적인 수사를 위해 수사기관이 때로는 견제하고 때로는 협력할 수 있는 최선의 조합을 찾아야 한다.
#검수완박#수사체계 빅뱅#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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