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현진]시대 정서에 부합하려면 ‘뺄셈의 미덕’에 주목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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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DBR 편집장
김현진 DBR 편집장
맥도널드가 처음 패스트푸드라는 개념을 도입했을 때 매장 안에는 없는 게 많았다. 고객이 직접 음식을 받아오는 방식을 채택했기에 서빙 담당 직원부터 모습을 감췄다. 메뉴도 많지 않았다. 몇 가지 메뉴에만 집중하면서 최단시간 조리를 목표로 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1위 패스트푸드 브랜드로 성공한 맥도널드의 창업 초기 전략이 주는 교훈은 ‘뺄셈’이다. 기존에 있던 무언가를 덜어내는 데서 혁신이 탄생한 것이다. 뺄셈의 미덕이 빛을 발해 세상의 역사를 바꾼 사례는 포드부터 아마존, 애플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새로운 제도나 제품을 만들 때 사람들은 대체로 무언가를 더할 생각부터 한다. 새로운 앱을 기획할 때 디자이너는 기존 서비스에 독특한 기능을 추가해 보려 하고, 조직 문화 개선 담당자는 사내 교육을 신설하려 한다. 불필요한 기능을 삭제하는 식의 뺄셈 전략이 더 합리적일 때조차 많은 사람들이 ‘덧셈의 늪’에 빠지는 이유는 뭘까.

미국 버지니아대, 미시시피대 교수로 구성된 연구진이 최근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를 통해 공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는 인간의 ‘덧셈 본능’ 때문이다. 연구진은 실험 대상자들에게 마우스를 클릭해 작은 사각형을 추가하거나 삭제하는 방식으로 격자 패턴을 대칭으로 만드는 과제를 줬다. 그 결과, 사각형을 지우는 뺄셈 전략이 명백히 효율적일 때도 사람들은 성급히 덧셈 전략을 실행했다.

이 실험에 따르면 지금처럼 포스트 팬데믹 시대를 준비하며 조직 내외에서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는 격변기에는 본능적으로 무언가를 추가하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 혼란 속에서 조직을 재정비하거나 신상품을 기획할 때일수록 오히려 뺄셈의 철학을 적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이 시대 인류가 겪은 ‘아픔’ 때문이다. 10년간 146개국 130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최근 연구 결과, 사람들은 실업률이 높은 경제적 위기 상황에서 신체적 통증을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막연한 불확실성, 삶에 대한 통제감 상실 등이 스트레스를 유발해 신체적 통증으로까지 이어졌다는 이 연구의 메커니즘을 적용하면 감염병이 빚은 불확실성의 상황 역시 심신을 지치게 했음이 분명하다.

경제적 타격이 극심했던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 글로벌 히트 상품의 공통점은 ‘뺄셈의 기술’을 적용했다는 점이었다. 당시 해외 언론은 첨단 기술을 배제하고 통화, 문자 등 핵심 기능에만 집중한 파나소닉의 심플 휴대전화 등을 대표 사례로 꼽았다.

조직심리학 권위자인 로버트 서턴 스탠퍼드대 교수는 “직원들에게 탁월함을 전파하려면 정신적 부담부터 줄여줘야 한다”고 말한다. 관성적인 업무를 없애고 실패에 너그러운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을 갖게 하는 것은 리더십 관점에서의 뺄셈 전략이 될 수 있다.

문제는, 뺄셈은 본능이 아닌 만큼 훈련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회복을 준비하는 지금, 덧셈의 본능은 잠시 접고 뺄셈의 미덕을 기억해야 할 때다.

김현진 DBR 편집장 bright@donga.com


#맥도널드#시대 정서#뺄셈의 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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