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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목이 따끔거리고 아플 때 왕가의 처방[이상곤의 실록한의학]〈120〉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입력 2022-03-25 03:00업데이트 2022-03-25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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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요즘 광란의 폭증세를 보이는 코로나19의 대표적 증상은 목이 칼칼하거나 아픈 인후통(咽喉痛)이다. 한의학에선 목에 생긴 염증을 감정 기복과 깊은 관계가 있다고 본다. 열(火) 받는 일이 생기면 목에 염증이 일어날 확률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이는 조선시대 왕가의 기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영조의 첫아들인 효장세자가 세상을 떠나자 세자빈인 풍양 조씨는 목이 아파 음식이나 약도 먹지 못했다. 당시 어의들은 빈궁의 증상을 이렇게 설명했다. “인후(咽喉)가 아프고 자주 말라 냉수를 자주 마신다고 한다. 이것은 가슴에 화(火) 기운이 왕성해 그런 것이다.”

임진왜란 후 선조가 겪은 질병도 세자빈 조씨와 유사하다. 선조는 재위 32년 목이 마르고 물을 자주 마시는 증상을 여러 번 호소한다. 전쟁의 막바지에서 반포한 교서에선 고뇌에 빠진 왕의 진심이 묻어난다. “백성은 나의 허물을 용서해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나는 무슨 낯으로 그들 앞에 나설 것인가.”

한의학의 고전들은 인후병의 원인으로 대부분 ‘화(火)’를 지목한다. 심부의 열이 차올라 목이 건조하고 말라 염증을 일으킨다는 것. 화, 즉 불을 가라앉힐 수 있는 것은 물(水)이다. 인후염은 목에 점액이 정상적으로 분비되지 않고 마르면서 발생한다. 우리 몸은 목에 찬 열을 점액, 물을 분비함으로써 다스린다.

인후통의 원인은 여러 가지다. 콧물이 목으로 넘어가는 후비루나, 역류성 식도염에 의한 매핵기 증상에 의해 이런 목의 증상이 생기기도 하지만 세균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감기나 독감이 가장 큰 원인이다. 여기에 요즘은 코로나19 감염증이 추가됐다.

세균이나 바이러스는 대부분 신체의 약한 곳을 파고든다. 이 때문에 같은 병원체에 감염돼도 콧물이 심한 사람도 있고 중이염이 생기는 사람도 있다. 열로 고생하기도 하며 요즘 극심한 인후염을 호소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조선시대 왕가의 인후통은 어떻게 치료를 했을까. 실록에는 영조 10년 의관 김응삼이 “여염에 근래 목구멍이 아픈 돌림감기가 유행하고 있다. 이런 감기 증세는 ‘패독산’이나 도라지가 든 감길탕을 처방하면 숙진다”고 말한 기록이 있다. 즉, 조선시대에는 왕가뿐 아니라 민간에서도 인후통 치료에 패독산과 감길탕을 인후통 치료에 사용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유행하는 항간에는 이들보다 은교산이라는 처방이 인후통의 치료에 효과가 크다. 조선시대 실록에 나온 처방은 패독산이나 감길탕인데 왜 은교산을 쓰는 것일까? 패독산은 고전 상한론에 근거한 처방이지만, 은교산은 감기를 비롯한 상기도 전염병이 점액 부족에서 기인한다는 근대 온병학에 근거를 둔 처방이다. 근대 조선에 소개되지 않았던 은교산에는 목의 염증에 대응하는 우방자(牛蒡子·우엉의 씨)라는 약재가 들어간다. 소가 우엉 뿌리를 잘 먹는다는 뜻에서 유래된 이름인데, 맛이 쓰고 점액질이 많아 목 치료에 가장 많이 쓰인다. 우방자를 구하기 힘들다면 우엉채를 먹어도 효과를 볼 수 있다. 한의학 고전에는 무의 잎인 시래기를 쪄서 먹거나 끓여서 복용하면 인후염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쓰여 있다.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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