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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감기 후유증을 완화시키는 방법[이상곤의 실록한의학]〈121〉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입력 2022-04-22 03:00업데이트 2022-04-22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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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인간이 생명을 두고 벌이는 전쟁이다. 전쟁 양상이 격렬할수록, 기간이 길수록 후유증은 커진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보다 전염성이 크고 치료 기간도 길다. 따라서 코로나 후유증(롱코비드)이 독감보다 극심한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코로나 후유증으로 내원한 환자들은 피로감, 기침, 미각·후각 장애, 호흡곤란 등을 호소한다. 불행 중 다행인 점은 이들 증상이 주로 코에서 폐에 이르는 기도 중 윗부분인 상기도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 기관지염이나 폐렴 등 하기도 질환이 발생하면 숙주의 목숨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오미크론이 알기라도 한 것일까.

조선 왕들도 감기 후유증을 많이 앓았다. 감기 후유증으로 숨을 거둔 왕족도 있다. 독살설로 유명한 소현세자가 바로 그. 병자호란이 끝나고 심양에 억류된 소현세자는 몇 번씩 감기에 걸려 어의들로부터 왕진치료를 받았다. 허약했던 세자는 1644년 3월 심양과 북경을 한 차례 오간 후 11월 1일에는 북경을 갔다가 20일 만에 다시 한양으로 영구 귀국길에 올랐다. 이 엄청난 대장정의 여독으로 그는 ‘학질’이라는 질병을 앓게 됐다. 당시 학질은 지금의 말라리아가 아니라 감기로 인한 극단적 오한과 발열 증상을 가리킨다.

혹자들은 소현세자가 의관에 의해 독살됐다고 주장하나 각종 기록들은 의관이 처방한 소시호탕을 먹고 기침과 천식, 가래, 오한, 발열, 극심한 피로감의 증세가 오히려 호전됐다고 증언한다. 소현세자는 의관들의 노력으로 감기 후유증은 이겨냈지만 그 한 달 후 재발한 감기와 그 후유증으로 결국 세상을 떠났다.

아들을 잃은 인조도 한의학 용어로 ‘감모여증(感冒餘症)’이라고 불리는 감기 후유증에 시달렸다. 인조 24년 승정원일기가 전하는 임금의 증상은 이랬다. “오한에서 비롯된 머리를 조이는 것 같은 통증과 어지럼증, 번열(발열 증상)이 밤새도록 이어졌다. 열이 위로 향하면서 종 치는 소리가 귀를 울려 심신이 혼란해지고 마음을 안정하기 힘들다. 오른쪽 귀에선 소리가 나고 왼쪽 귀에선 울렁거림이 느껴진다.”

어의들은 인조의 이명이 감기로 인한 발열 증상에 기인했다고 보고 귀로 올라온 열을 다스리는 데 집중했다. 발열 증상이 귀를 뜨겁게 했고 이게 다시 이명을 일으켰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치료는 실패로 끝났다. 열이 사라졌는데도 이명은 계속됐기 때문. 이후 인조는 목소리까지 쉬었다. 당시의 재조 이시백은 “이것은 감모여증이 회복 안 된 것이다. 처방으로 회복시켜야 한다”고 건의한다. 어의들은 인조의 이명이 잇따른 호란과, 아들과의 불화 등 근본적인 심화(心火)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호랑이는 아무리 작고 보잘것없는 사냥감 앞에서도 최선을 다한다. 치료도 같은 자세로 임해야 한다. 특히 코로나 후유증은 증상을 심해지게 만드는 방향으로 방어기제가 작용해 치료에 어려움이 크다. 열이 오르고 갈증이 나니까 찬물을 마시거나 찬바람을 쐬는 식이다. 잠시는 개운하지만 이는 후유증의 심화나 재발로 이어진다. 그래서 코로나 후유증 치료는 쉽고 상식적인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항상 몸을 따뜻하게 하고 찬 음료를 피해야 한다. 생강과 대추 파뿌리를 끓여 따뜻한 음료로 상복하면 많은 도움이 된다.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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