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의 도발]북핵을 머리 위에 두고 ‘3不’ 유지한다고?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6일 11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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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들의 첫 TV토론 후폭풍이 뜨겁다. 그중 하나가 3불(不) 문제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 않고, 한미일 군사동맹 안 하며, 미국 주도 미사일방어체계 않는다는 문재인 정부의 대(對)중국방침 말이다.

올해 초와 지난해 말 각각 군부대를 방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동아일보DB
올해 초와 지난해 말 각각 군부대를 방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동아일보DB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3불 정책’이 유지돼야 하느냐”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질문에 “정확하게 말하면 3불 정책은 아니고 3가지 한국 정부의 입장”이라며 “적정하다고 생각한다. 중국과 경제협력 관계 때문”이라고 답했다. 안철수는 “그럼 너무 굴욕적인 중국 사대주의 아닌가” 반문했다.

● 노영민 “국힘당 요즘 귀신 들렸나”


여기서 끝났으면 문 대통령 ‘후계자’도 아닌 이재명은 차라리 좋았을 뻔했다. 4일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문 정권의 초대 주(駐)중국 대사와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노영민이 ‘3불 폐지’ 즉 사드 추가 배치를 주장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느닷없이 비판하고 나선 거다.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그는 “2017년 10월 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이 사드 추가 배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며 “그게 한미 간에 합의된 내용”이라고 했다. 심지어 노영민은 “요즘 국민의힘이 하는 말을 보면 귀신들린 것 같다”고 비난하기까지 했다.

문 정권이 아무리 ‘청와대 정부’라 해도 비서는 비서일 뿐이다. 대통령 후보들의 정책토론에 끼어들 자리가 아니라는 얘기다. 노영민은 신임 주중 대사로 부임하자마자 “중국의 사드 반대를 이해한다”고 말한 적도 있다. 환추시보는 한국대사가 중국의 경제보복이 당연한 것처럼 말했다며 인용했고, 급기야 강경화 당시 외교장관이 “유사한 일이 재발하면 책임을 묻겠다”고 국회에서 사과를 하게 만든 전과가 있다.

● 한중회담과 안보주권 바꿔먹은 그놈의 3불


노영민의 상관이었던 강경화가 국회 답변 형식을 통해 ‘3불’을 말한 것은 맞다. 그러나 ‘한미 간’ 합의임을 노영민이 확실히 알고 말하는지는 의문이다. 3불이란 2017년 5월 18일 문 대통령의 취임 특사로 방중했던 이해찬이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으로부터 “양국 관계의 걸림돌을 제거하라”는 굴욕적 발언을 듣고서, 또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과는 ‘보고자 자리’에 앉아 알현하는 굴욕을 겪고 돌아와서 애써 짜낸 해법이기 때문이다.

2017년 5월 이해찬 당시 중국 특사(왼쪽)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하는 장면. 당시 이 특사는 하석에 앉은 채로 상석에 앉은 시진핑에게 보고하는 듯한 구도가 만들어져 논란이 일었다. 동아일보DB
2017년 5월 이해찬 당시 중국 특사(왼쪽)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하는 장면. 당시 이 특사는 하석에 앉은 채로 상석에 앉은 시진핑에게 보고하는 듯한 구도가 만들어져 논란이 일었다. 동아일보DB


문정인 외교특보에 따르면 ‘한-중 간’ 두 차례 비공식 접촉을 가진 다음에 2017년 10월 30일 강경화가 국회 답변을 통해 3불을 밝힌 것이다. 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고, 한미일 군사동맹에 참여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MD)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같은 날 강경화는 “조만간 한-중 정상회담과 관련한 소식을 발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의미심장한 발언도 빼먹지 않았다. 3불이란 국민의 생명과 안위가 걸린 안보 주권을 한-중 정상회담과 바꿔먹은 외교 참사였음을 기록에 남긴 셈이다.

게다가 강경화는 2020년 10월 26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3불에 대해 “합의가 아니라 협의”라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 3불에 구애받을 의무가 없다는 뜻이다. 2017년 10월 중국과 ‘그놈의 3불’ 협의를 주도했던 남관표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합의도, 약속도 한 적 없다”고 그해 주일 대사관 국감에서 밝히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야당이 “정부의 공식입장이냐” 묻자 강경화가 외교장관으로서 “남 대사가 잘 대답한 것”이라고 공식 입장임을 재확인해준 거였다.

● 북한은 핵·미사일 모라토리엄 포기했다


이 대목에서 “그럼 전쟁하자는 말이냐” 하지 말기 바란다. 좌파는 꼭 그런 소리를 해서 나라와 국민을 갈라치곤 한다. 전쟁을 원하는 사람은 단언컨대, 없다. 그러나 모든 나라는 군대를 둔다. 전쟁을 원해서 군대를 두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북한은 1월에만 벌써 일곱 번이나 미사일 도발을 했다. 그럼에도 홍길동 정부도 아닌 문 정권은 “도발”이란 말도 못 한다. 문재인 ‘후계자’도 아닌 이재명은 5일도 “안보와 평화가 밥이고 경제”라며 윤석열을 비난했다.

5년 전과 지금은 다르다. 하늘에서 파편이 비처럼 쏟아진다고 해서 ‘강철비’라고 불리는 KN-24형 미사일 도발 직후인 1월 19일, 북한은 “국가의 존엄과 국권, 국익을 수호”한다는 명분으로 “강력한 물리적 수단들을 지체 없이 강화 발전시키기 위한 국방정책과업들 재포치”를 선언했다. 2018년 4월 북한이 정했던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모라토리엄 선언을 포기한다는 소리다.

북한이 1월 도발 당시 발사했다고 주장한 단거리탄도미사일 KN-24. 출처: 조선중앙통신
북한이 1월 도발 당시 발사했다고 주장한 단거리탄도미사일 KN-24. 출처: 조선중앙통신


머리 위로 북핵이 이고 앉아서도 얌전히 머리 조아리며 우리는 사드 추가 배치 안 해요, 한미일 군사협력 안 해요, 미국과 미사일 협력 안 해요…그런 대통령을 당신은 진정 원하는가?

● 이재명의 안보 공약은 믿을 수 없다


동북아시아를 연구하는 순수 민간 독립 싱크탱크 NEAR재단은 2021년 11월 발간한 ‘외교의 부활’에서 3불에 대해 “주권 포기 행위”라고 비판했다. “미국은 MD를 본토 및 동맹국에 대한 핵 위협에 대비하는 핵심 기제로 발전시키고 있다”며 미사일 방어 상호 운용성 강화는 기술 발달에 따라 거부할 수 없는 협력 방향이라고 했다.

이재명에게는 대단히 미안하지만 이 책은 “한국이 개발 중에 있는 L-SAM(장거리요격)미사일이 서로 따로 작동하면 북한의 핵공격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다. 그가 TV토론에서 “사드에 버금가는 L-SAM미사일 조기개발”을 밝힌 것을 미리 안 것처럼 말이다. 순수 민간 독립 전문가들의 말을 믿는다면, 이 책은 또 사드 추가 배치 역시 우리 국방계획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치외법권 지역인 주한 미군기지에 미국이 그들의 국방전략계획에 따라 배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면, 천만다행이다 싶다. 미국 소고기 먹으면 당장 광우병 걸릴 듯 시위하던 좌파의 광기를 나는 잊지 못한다. 그놈의 3불을 수호하고 싶은 정치인들은 정말 미안하지만 중국에 가서 살아줬으면 한다. 이 나라에선 자유와 민주와 인권을 수호하는 대통령 뽑아 마음 편히 살 수 있게.

김순덕 대기자 dob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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