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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MZ세대 표심 공략 포인트”… ‘겜심잡기’ 나선 대선주자들[인사이드&인사이트]

입력 2022-01-18 03:00업데이트 2022-01-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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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핫이슈로 떠오른 ‘게임’
‘게임 세대’ 성장해 저변 확대… 업계 “상당수 유권자 게임 즐겨”
트럭시위-자발적 기부 의견 표출… 게이머들 응집력-발언력도 커져
후보들, 앞다퉈 게임 발언-공약
지난해 한 게임 이용자들이 확률형 아이템 조작 의혹에 항의하는 의미로 트럭 전광판을 활용해 시위하는 모습. 동아일보DB
김도형 산업1부 기자
《“과도한 확률형 아이템은 사기다. 유저들의 목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겠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게임은 질병이 아니다. 게임 이용자에게 가해졌던 불공정 문제를 해소하겠다.”(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과거 대선에선 보기 힘들었던 흥미로운 장면이 펼쳐지고 있다. ‘아이들 놀이’ 정도로 취급받던 게임이 표심을 공략하는 주요 이슈로 등장한 것이다. 후보들은 마치 전통시장을 찾듯 게임 관련 행사장을 방문해 직접 게임 솜씨를 뽐내고 게임 경기도 관전한다. 게임 전문 채널에 등장해 ‘게임사랑’을 강조하고, 앞다퉈 게임 관련 공약도 내놓는다. 과거 선거에서 정치권은 학부모 표심 등을 의식해 게임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거나 ‘셧다운제’ 등 규제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게임의 저변이 넓어지고 게이머들의 사회적 발언력이 커지면서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고 있다. 특히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표심을 공략하는 핵심 키워드로 게임이 자리 잡은 모습이다.》

○ “애들 놀이 아니다”…게임으로 청년층에 구애

‘겜심잡기’에 나선 여야 대선 주자들은 앞다퉈 게임과 관련된 발언과 공약을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0일 게임과 메타버스 분야 정책을 수립하는 게임·메타버스 특보단을 출범시켰다. 바로 다음 날인 11일, 국민의힘도 게임을 포함한 2030 현안·정책을 다루는 ‘게임특별위원회’를 발족시키고 12일에는 게임 관련 공약을 내놓았다.

과거 대선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던 이런 현상의 중요한 배경으로는 게임의 저변이 연령적으로 훨씬 넓어졌다는 점이 꼽힌다. 게임에 관심이 큰 세대가 표를 행사할 수 있는 성인 유권자가 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특히 대선의 승부처로 꼽히는 MZ세대 상당수가 게임을 즐길뿐더러 이들이 또래 유권자들의 여론을 이끌 수 있는 힘도 갖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을 달궜던 이른바 ‘돈버는 게임(P2E·Play to Earn)’이나 대체불가토큰(NFT), 메타버스 같은 이슈도 게임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점 역시 주요한 이유로 분석된다.

산업으로서 게임의 위상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콘텐츠진흥원은 게임산업의 2020년 전체 매출액을 2019년에 비해 21.3% 증가한 18조8885억 원으로 집계했다. 수출액도 81억9356만 달러(약 10조 원)로 나타났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이 대선 이슈로 떠오른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라며 “예전에는 게임이 표 없는 10대들의 놀이였지만 이제는 상당수 유권자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트럭시위로 의견 표출, 결집력 강해진 게이머들

대선 후보들이 게이머들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것은 단지 이들의 수가 늘어나고 연령대가 다양해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게임업계 안팎에서는 10대들에 비해 훨씬 큰 경제력을 갖춘 20, 30대 이상의 게이머들이 보여준 강력한 발언력과 행동력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게임사의 게임 관련 정책에 불만을 가진 게이머들이 직접 행동에 나서고 이를 통해 직접적인 파급효과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목격한 정치권에서 MZ세대 표심을 잡는 중요한 열쇠로 게임을 지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초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이른바 ‘트럭시위’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온라인에서 게임을 즐기던 이용자들이 과도한 확률형 아이템 적용 등 게임사에 대한 불만을 트럭 전광판에 담아 오프라인에서 표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게이머들은 게임사 본사는 물론이고 국회 의사당 앞까지 트럭을 보내 의견을 전달했다. 게임 내에서 돈을 쓰지 않는 불매운동, 다른 게임으로의 집단 망명 등의 항의 움직임도 나왔다. 결국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국내 대표 게임사들이 게이머들에게 사과하며 게임 운영 개선을 약속했다.

당시 게임업계에서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고 사회적 경험도 많은 성인 게이머가 크게 늘면서 적극적 행동에 나서는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일주일 동안의 트럭 시위에는 대당 600만 원 안팎의 비용이 소모되지만 공통의 관심사를 바탕으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의 유대감과 응집력이 과거보다 강하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트럭시위에 나설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게이머들의 응집력과 행동력은 비판만이 아니라 지지의 방식으로도 표출된다. 지난해 말 온라인 게임 ‘로스트아크’ 이용자들은 게임사의 유료 아이템 수익 포기 선언을 계기로 자발적인 기부 활동에 나섰다. 게이머들은 지난해 말 일주일 동안 모인 총 1만2000건, 3억 원의 기부금을 모아 게임 운영사 스마일게이트의 사회공헌재단에 기부했다.

국내 주요 게임사의 대표 게임은 대부분 멀티플랫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고 게이머와의 갈등은 유료 확률형 아이템에 집중돼 있다. 이번 대선 후보들은 공통적으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통제 강화를 내세워 게이머 편에 서면서 발언력이 큰 게이머의 표심을 직접 공략하는 모습이다.

○ 게임 이슈에 주식시장도 들썩…투자자 표심까지 겨냥

이번 대선에서 게임이 주요 공략 포인트가 된 것은 게임 이용자뿐만 아니라 주식 투자자까지 함께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의 개인투자자를 일컫는 이른바 ‘동학개미’가 MZ세대에서도 급격히 늘어난 상황에서 게임 이슈가 주식시장까지 출렁이는 소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주요 게임사들의 주가는 지난해 한국 증시에서 가장 뜨거운 재료였던 P2E, NFT, 메타버스 등과 밀접하게 연관돼 움직였다.

대표적인 사례는 국내 게임사 위메이드다. 위메이드는 게임 ‘미르4’를 통해 게임하면서 돈을 버는 P2E 영역을 개척하는 기업으로 주목받았다. 관련 규제로 국내에서는 P2E 서비스를 하지 못하지만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가운데 P2E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지난해 초 주당 3만8150원(종가 기준)으로 시작했던 위메이드의 주가는 지난해 11월 23만7000원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13만 원대까지 떨어지는 등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게임업계에서는 결국 정부의 규제 방향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로서는 유력한 대선 주자의 게임 관련 공약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10일 게임·메타버스 특보단을 출범시키면서 P2E와 NFT 관련 정책까지 함께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은 기동력 있는 메시지 전파력을 갖추고 있고 투자 등에도 관심이 많다”며 “게임 이슈가 이번 대선의 캐스팅보터로 떠오른 이른바 MZ세대, 그중에서도 ‘이대남(20대 남성)’을 공략하는 핵심 전략으로 떠오른 이유”라고 밝혔다.

김도형 산업1부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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