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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대선후보들 마구잡이 토건공약, 온 나라 공사판 만들려나

입력 2022-01-17 00:00업데이트 2022-01-17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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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사진공동취재단·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대규모 국토개발사업 공약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이 후보는 14일 인천경제자유구역을 방문해 영종도 항공산업 특화단지 조성과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등을 발표했다. 이어 윤 후보는 15일 부산에서 가덕도신공항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와 GTX 건설을 통한 부울경 30분 생활권 조성, 경부선 철도 지하화 등으로 맞불을 놓았다. 무슨 돈으로 언제 어떻게 추진하겠다는 세부안 없는 장밋빛 토건공약이 대부분이다.

지방 사회간접자본(SOC)사업을 통해 국토를 균형 있게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는 말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선 후보들이 방문하는 곳마다 해당 지역 사업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할 것처럼 포장하는 ‘공약 남발’로는 지역 갈등만 조장할 뿐이다. 대형 인프라 건립이나 주민기피시설 이전 등 한 지역에 득이 되는 공약은 다른 지역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 그런데도 후보들은 민감한 이슈에 대한 협의과정을 생략한 채 분쟁의 불씨만 키우고 있다. 재선에 목을 맨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숙원사업을 대선 공약 리스트에 일단 넣으면 후보들이 그 리스트를 검증 없이 발표하고 나중에 ‘나 몰라라’ 하는 악순환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은 이미 SOC 과잉상태다. 올 SOC 예산은 작년보다 5.7% 증가한 28조 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고 2025년이면 30조 원을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 후보들이 마구잡이로 SOC 공약을 쏟아내면서 관련 비용을 추정하기도 힘들 지경이다. 국책사업은 초기에 돈이 적게 들지만 공사가 본격화하면서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 재정에 큰 부담을 주는 특성이 있다. 대규모 국토균형발전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만큼 대선판에 쏟아지는 SOC 공약의 타당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SOC는 그 자체로는 이익이 나지 않아도 사회 전체를 위해 만드는 기반시설이다. 사업 추진 시 비용 대비 편익 같은 경제 논리만 따지지 않고 지역 간 안배 등 여타 사정을 감안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한국의 SOC는 정치 논리에 과도하게 휘둘리고 있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치지 않고 추진한 사업은 지난 정부 당시 24조 원 정도였지만 현 정부 들어 100조 원을 넘어섰다. 기존 SOC사업만으로도 숨이 턱에 찰 지경인데 신규 공약까지 대거 추진된다면 전 국토가 공사장이 되고 나라는 빚더미에 올라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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