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이성호]요소수 대란이 일깨운 탄소중립의 현실

이성호 정책사회부장 입력 2021-11-12 03:00수정 2021-11-1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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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은 환경 넘어 경제 외교 등 종합정책
이 정도 정부 실력으로는 더 큰 혼란 못 막아
이성호 정책사회부장
요소수 대란은 여러모로 지난해 마스크 대란과 비슷하다. 10L짜리 요소수 한 통 사려고 주유소에 길게 늘어선 차량들, 10개들이 마스크 한 봉투 구하려 대형마트 앞에 끝없이 줄지어 선 사람들의 모습은 판박이다. 정부의 허둥대는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가의 보도’ 같은 사재기 단속도 단골메뉴다.

마스크 대란의 직접 원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1차 유행이다. 수요가 급증하자 정부는 연일 “생산 능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언론 보도 후 국내 생산설비를 풀가동해도 예상 수요의 절반조차 채울 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정부의 장담은 애초부터 실현 불가능했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까지 했다. 그런데 1년 8개월 만에 똑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중국의 수출 규제가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처럼 불가항력의 상황도 아니다. 그런데 아직 속 시원하게 해결도 안 하고서 정부 안팎에선 ‘비싼 수업료를 내고 배웠다’는 식의 목소리가 나온다. 마스크 대란을 깡그리 잊지 않고서야 절대 할 수 없는 말이다.

무엇보다 영국 글래스고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리고 있을 때 요소수 대란이 터진 건 아이러니다. 문 대통령은 COP26에서 한국의 새로운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와 2050년 탄소중립 실현 목표를 공개했다. 하필 국내에선 자동차 오염물질 줄여주는 요소수조차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이 벌어졌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중국, 인도네시아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요소 수출 협조를 부탁했다는 소식은 안쓰러울 정도다.

정부가 산업용 요소수의 차량용 전환을 검토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산업용은 차량용보다 순도가 낮다. 물론 엔진은 돌아간다. 하지만 오염물질 배출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만약 도로 곳곳에서 차량이 멈춰 서는 상황이 벌어지면 산업용이라도 써야 할 것이다. 그 대신 한국은 ‘기후 악당’ 오명에서 한동안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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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은 선택이 아니다.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기업은 성장과 생존의 차원에서, 어른들은 자녀의 삶을 위해서 선택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요소수 대란은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이 얼마나 힘들고 복잡한지 단적으로 보여줬다. 목표 달성까지는 불가피하게 거쳐야 할 중간 과정이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도로 위에 전기차나 수소차가 가득하고,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모든 전기를 생산할 순 없다. 앞으로도 상당 기간 경유차를 운전해야 하고 석탄발전소도 가동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조금씩 오염물질을 줄여 나가야 한다.

요소수 대란에서 실감했듯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정책은 환경을 넘어 경제와 외교까지 결합할 수밖에 없다. 고도의 정보전이 펼쳐지고 수준 높은 외교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필요하면 정부와 기업이 공동전선을 구축해야 한다. 그만큼 치밀하고 정교한 전략이 필수다. 탈원전, 탈석탄 등 하나같이 민감하고 복잡한 이슈들이다. 요소수 대란은 애교 수준이다. 과연 이런 상황을 준비하고 헤쳐 나갈 수 있는 진짜 실력이 우리 정부에 있을까. 이번 요소수 대란에서 보여준 정부의 모습은 걱정스럽다. 중국이 수출 규제를 고시하고 3주가 지나서야 대책회의를 여는 정부가 과연 ‘도전적인’ 목표의 탄소중립 정책을 제대로 준비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이성호 정책사회부장 starsky@donga.com
#요소수 대란#마스크 대란#탄소중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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