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이철희]대만해협의 격랑이 밀려온다

이철희 논설위원 입력 2021-10-28 03:00수정 2021-10-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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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둘러싼 美中 대결에 北까지 편승
韓 ‘전략적 줄타기’ 설 자리 사라져간다
이철희 논설위원
중국이 비밀리에 핵무기 탑재용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을 했다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최근 보도는 전방위로 격화되는 미중 갈등이 본격적인 군사 경쟁으로 치닫고 있음을 시사한다. 7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친 중국의 극초음속활공비행체(HGV) 시험은 ‘물리학 법칙을 거스르는 기술적 성취’였고 이는 미국 정보당국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고 한다.

로켓에 실려 지구궤도에 올라간 극초음속 미사일은 음속의 5배 이상 속도로 예측불가의 구불구불한 궤적을 그리며 표적을 타격한다. 남극을 돌아 미국 본토를 때리는 ‘궤도폭탄(FOBS)’이 될 수도 있다. 북극을 거쳐 날아오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맞춰 구축된 미사일방어체계(MD)는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중국은 “우주비행기 시험일 뿐”이라고 했지만, 전문가들은 “핵무기를 싣고 랜딩기어 없이 추락하는 우주왕복선을 상상해 보라”고 말한다.

중국의 핵 증강 야심은 대규모 ICBM용 지하격납고 건설에서도 드러난다. 최근 미국 전문가들은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중국 서북부 간쑤성과 신장위구르자치구에 각각 100여 개에 달하는 ICBM 격납고가 건설 중임을 확인했다. 중국은 수십 년 동안 격납고 20개만 운영하는 ‘최소 억지력’의 핵전략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중국은 이제 최소 핵전략을 걷어차고 본격적으로 ‘공포의 핵 균형’을 준비하는 징후가 뚜렷하다.

중국의 조용한 핵전력 증강이 장래의 일이라면 목전의 화약고는 대만이다. 중국은 ‘미수복 영토’인 대만에 대해 노골적인 힘자랑을 하고 있다. 이달 초 중국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사상 최대 규모의 군용기 무리를 잇달아 진입시켰다. 최근엔 러시아와 함께 군함들을 일본 열도로 보내 해상 시위도 벌였다. 이 모든 게 지역적 군사 대결에선 미국에 밀리지 않는다는, 나아가 핵 대결도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의 발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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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맞서 미국은 대만과 한층 밀착하고 있다. 그간 유지해온 ‘전략적 모호성’, 즉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지만 대만의 자력방위도 지원하는 모호한 정책에서 벗어나려는 행보로 중국을 발끈하게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미국이 방어에 나설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 우리는 그럴 책무가 있다”고 전혀 모호하지 않은 답변을 내놨다. 국무부는 대만의 유엔기구 참여를 지원하겠다고도 했다.

대만은 이제 언제 터질지 모를 뇌관이 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내년 3연임을 결정지을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더욱 공세적으로 대만 통일의 열기를 북돋울 것이고 그럴수록 대만의 독립 움직임은 가속화할 것이다. 대만해협의 군사적 긴장이 우발적 충돌을 낳고 미국의 개입으로 이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그저 기우가 아닐 수 있는 이유다.

대만해협의 파고는 한반도에까지 미치고 있다. 미중 대결을 틈타 북한은 군사력 증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철도기동미사일 극초음속활공체 등 각종 신형 무기를 발사했다. 최신 무기들을 모아 전람회까지 열었다. 곧 집권 두 번째 10년에 접어드는 김정은이다. 중국의 뒷배를 믿고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의 처지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미중 사이 전략적 모호성을 내세운 줄타기 외교는 설 자리를 잃어간다. 북핵 해결은 고사하고 북한의 준동을 걱정해야 하는 데다 유사시 주한미군의 차출, 전술핵이나 중거리미사일 배치 같은 선택의 쓰나미에 직면할 수 있다. 대만해협의 경보음에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

이철희 논설위원 klimt@donga.com



#대만해협#미중#북한#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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