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다음 정부에 빚만 잔뜩 떠넘긴 文 마지막 시정연설

동아일보 입력 2021-10-26 00:01수정 2021-10-26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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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임기 마지막으로 예산안 시정연설을 했다. 604조 원 규모로 확장 편성한 내년 예산안을 설명하고, 국정 전반의 소회를 밝히는 자리였다. 현 정부 5년 만에 정부 지출이 50% 늘어 나랏빚은 처음으로 1000조 원을 넘게 됐다. 정부는 임기 내내 빚으로 선심성 복지·고용 예산을 증가시켜 왔다. 마지막 시정연설도 ‘돈을 써야 할 이유’만 잔뜩 담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누적된 재정부담은 차기 정부와 국민 몫으로 남게 됐다.

문 대통령은 “내년 예산은 코로나 위기로부터 일상과 민생을 완전히 회복하기 위한 예산”이라고 밝혔다. 코로나 상황을 감안해도 현 정부 재정운용은 낙제점에 가깝다. 200조 원을 돌파한 복지·고용 예산은 일회성 현금 지원에 집중돼 있다. 4년간 약 100조 원을 일자리 예산으로 쓰고도 구직 포기자가 사상 최다인 게 현실이다. 코로나 대응 등 돈이 필요할 때마다 “재정은 탄탄하다”며 예산 확대로 대응해왔다. 불요불급한 지출을 줄이려는 노력은 전혀 없었다.

고용보험료는 2019년에 이어 내년에 또 오른다. 단기 일자리 사업에 고용기금을 쓰면서 적자가 누적된 탓이다. ‘문재인 케어’로 무리하게 건강보험 적용 대상을 늘리면서 보험료율은 5년 연속 상승했다. 이런데도 문 대통령은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상당히 낮췄다”고 자랑했다. 현 정부에서 공무원은 약 12만 명 늘어났다. 이전 두 정부에서 증가한 공무원의 2배를 넘는다. 인건비와 연금 등 고비용 구조는 갈수록 굳어지는데 연금 개혁은 외면한다. 선심은 현 정부가 베풀고, 숙제는 다음 정권에 떠넘긴 셈이다.

문 대통령은 “세수 규모는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보다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하지만 세수를 낙관하기에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 물가 상승 등 경제 여건이 심상치 않다. 세수를 보수적으로 보고 씀씀이를 관리하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나랏빚을 관리하도록 만든 재정준칙마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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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뒤늦게 “나라 곳간이 비어간다”면서도 예산 확대를 멈추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재정건전성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고심했다”고 하지만 국민이 납득하기 어렵다. 차기 정권은 빚을 잔뜩 떠안은 채 쓸 곳이 넘쳐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이 모든 부담은 결국 기업들과 국민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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