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정은 “고난의 행군 결심” 주민 굶어 죽어도 核 포기 없단 말

동아일보 입력 2021-04-10 00:00수정 2021-04-10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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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그제 당 세포비서대회 폐회사에서 “더욱 간고한 고난의 행군을 할 것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어떤 우연적인 기회가 생길 것을 절대로 믿지 않는다. 그 어디에 기대를 걸거나 바라볼 것도 없다”고도 덧붙였다. ‘고난의 행군’은 1990년대 김일성 사망 이후 국제적인 봉쇄 조치와 자연재해가 겹쳐 북한에 수십만 명의 아사(餓死)자가 발생한 시기를 상징하는 말이다.

김정은의 이런 발언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쉽게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압박 전술의 일환으로 보인다. 장기적인 고립도 마다하지 않겠으니 미국이 새 대북 정책에 양보안을 담으라는 요구인 셈이다.

앞서 백악관은 7일 “비핵화를 향한 길로 이어진다면 일정한 형태의 외교를 고려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비핵화란 목표를 ‘전제’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는 제안이었다. 그런데 김정은은 30년 전 고난의 행군을 꺼냈다. 이것은 북한 주민의 극심한 고통, 더 나아가 대규모 아사 상황이 오더라도 핵을 절대 내놓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 그러면서도 그는 “인민들에게 최대한의 물질·문화적 복리를 안겨주기 위하여”라는 수식으로 고난의 행군을 포장했다. 궤변이 아닐 수 없다.

김정은은 1만 명의 당 말단 간부들을 모아놓고 주민에 대한 사상 통제를 강조했다. 민심 이반의 감시와 처벌이 목적일 것이다. 하지만 내부를 조일수록 반발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전 고난의 행군 때도 북한의 집단주의와 주체사상 가치관이 흔들리며 자본주의적 현상이 확산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주민들이 굶주림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업이나 장마당 경제에 뛰어든 것이 바로 이 무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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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해묵은 압박 전술이 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바이든 행정부에는 대북 사안에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이 포진해 있다. 여차하면 까다로운 북핵 문제를 후순위로 돌릴 수도 있다. 김정은이 핵을 쥔 채 고난의 행군을 강행한다면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기는커녕 북한 경제의 파탄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빠지게 될 것이다.
#김정은#북한#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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