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전쟁이 터지고 남쪽으로 피란할 때 헤어진 북쪽의 남편과 아들을 그리워하는 여성의 이야기다. 그녀는 딸에게 젖을 먹이다가 남편과 아들을 잃어버렸다. 전쟁이 일어난 게 70여 년 전이니 기다림에 나이가 있다면 그녀의 기다림은 일흔 살이 넘었다.
그러한 기다림과는 별개로 그녀는 북쪽에 아내를 두고 내려온 남자와 재혼했다. 남자가 좋아서라기보다 그의 네 살짜리 아들 때문에 그리 되었다. 같은 또래의 자기 아들이 엄마 없이 클 것을 생각하자, 아이의 엄마가 되어주고 싶었다. 자기 아들에게도 좋은 새엄마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들은 재혼하면서, 북으로 돌아가게 되면 서로의 남편과 아내에게 돌아가기로 약속했다. 세월이 흘러 두 사람 사이에 자식이 넷이나 태어났지만 그 마음은 변치 않았다. 그러나 두 동강이 난 나라에서 그들이 북으로 돌아갈 일은 없었다.
이토록 너그럽고 이타적인 마음은 도대체 어디에서 연유한 것일까.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했으니 책에서 배운 것은 분명 아니다. 배우지 않았어도 그녀의 마음에는 양명학에서 말하는 양지, 즉 윤리적 천성이 내재해 있었다. 그 양지의 꽃이 피는 덴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았다. 한 아이의 어미인 것으로 충분했다. 어미를 잃은 다른 아이에게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어미가 된 이유다.
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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