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충전 인프라 [2]주행거리 [3]안전성 확보해야 ‘전기차 빅뱅’ 앞당겨[인사이드&인사이트]

이상훈 산업1부 기자 입력 2021-03-01 03:00수정 2021-03-01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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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가 넘어야 할 3가지 장벽
현대자동차가 서울 강동구 길동에 만든 국내 최고 수준인 350kW(킬로와트)급 초고속 전기차 충전설비 ‘현대 EV 스테이션 강동‘의 모습. 현대차가 개발한 초고속 전기차 충전설비 ‘하이차저(Hi-Charger)‘ 8기가 설치됐다. 현대자동차 제공
이상훈 산업1부 기자
돌풍을 넘어 빅뱅이다. 2021년이 전기차 보급의 본격적인 원년이 될 것이라는 장밋빛 예측은 연초부터 맞아 떨어지는 분위기다. 현대자동차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는 지난달 24일 사전계약 첫날에만 2만3760대 계약이 들어오며 현대차그룹 사전계약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모델3’로 국내에서 1만1826대를 판 테슬라는 올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Y’를 앞세우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미국 GM은 2025년까지 새 전기차 30종을 시장에 선보이고 2035년 이후에는 전 세계에서 휘발유 및 디젤 엔진 자동차 생산과 판매를 중단한다. 포드는 2030년부터 유럽에서 전기차만 생산해 판매하기로 했다. 독일 폭스바겐은 2025년 전 세계 판매량의 20%를 전기차로 대체한다는 목표다. 일본 도요타도 올 6월 말 전기차 전용 플랫폼 ‘e-TNGA’를 공개하고, 6월 말 전 중형 SUV 모델을 출시한다.

미래 친환경차 시장을 잡기 위한 경쟁은 업계 경계마저 넘었다. 세계 시가총액 1위 정보기술(IT) 기업 애플은 자동차 업계와 본격적인 협력에 나섰다. 중국 샤오미는 지난달 21일 레이쥔 회장 명의로 전기차 산업 진출 가능성을 내비쳤다. “우리는 애플이 두렵지 않다. 애플이 자동차 시장에 뛰어든다 해도 우리의 시장 지배력을 무너뜨리긴 어려울 것”이라는 허버트 디스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의 말은 역으로 기존 자동차 업체들이 얼마나 IT 기업들을 경계하고 있는지를 느끼게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13만4962대였던 국내 전기차 등록대수는 2025년 113만 대, 2030년 300만 대로 10년 뒤 22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를 출시하며 “2025년까지 12종 이상 전기차 모델을 선보이며 연 56만 대 전기차를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에 따르면 전 세계 신차 판매량 대비 전기차 점유율은 지난해 2.7%에서 2030년 28%, 2040년 58%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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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속도로 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전기차가 넘어야 할 벽은 여전히 만만치 않다. 충전기 설치가 전기차 보급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생기는 충전 인프라 문제는 소비자가 전기차를 선뜻 선택하기 어려운 큰 이유다. 1회 충전 시 400km를 겨우 넘는 짧은 주행거리와 화재 등 안전 문제도 전기차 확산의 걸림돌이다.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를 앞당기려면 세 가지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 ‘이웃 갈등’까지 번지는 충전기 부족


지난해 말 기준 국내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는 6만2789기다. 언뜻 적지 않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국내 전기차가 2017년(2만4907대)∼지난해 4년간 441% 증가하는 동안 충전기는 322% 늘며 보폭을 맞추지 못했다. 전기차 100대당 충전기 수는 46.5기로 미국(185.3기) 독일(230.4기) 등보다 보급이 더디다. 공공기관, 사무용 빌딩 등을 제외하고 주거 지역에 설치된 충전기는 올 1월 기준 3만9408기에 그친다.

국내 주거 특성상 아파트 거주 비율(51.1%)이 높은 건 빠른 충전기 확산이 어려운 요인이다. 자신이 사는 집에 충전기를 놓고 자가 충전을 하면 된다지만 주차장이 공용공간인 아파트는 충전기 설치를 차주 마음대로 하기 어렵다. 정부는 2017년부터 500채 이상 신축 공동주택 충전기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그전에 지어진 아파트는 충전기가 없는 경우가 많다.

정부가 2023년부터 기존 건물에도 주차면의 2%만큼 충전기를 반드시 설치하도록 했지만 규제만으로 문제를 풀긴 어렵다. 비용 부담, 설치면수 등을 놓고 휘발유·디젤차 소유자-전기차 차주 간에 갈등도 빚어지고 있다. 특히 2000년대 이전 지어진 노후 아파트에서 문제가 크다. 주차장 자체도 부족한 마당에 전기차 전용공간을 조성하는 것에 반발이 만만찮다. 주차장 자리가 없어 일반차가 전기차 전용공간에 주차했다가 전기차를 충전하려는 주민 전화를 받고 허겁지겁 차를 빼거나 다툼을 하는 경우도 있다. 오래된 빌라나 단독주택은 전기차 소유주가 최소 100만 원 이상 비용을 들여 직접 설치하지 않으면 공영주차장, 주민센터 등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 대표발의로 아파트를 포함한 모든 전기차 구역에 일반 차량 주차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법안(친환경자동차법 일부개정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 의원은 “전기차 충전 방해에 대한 단속 대상을 확대해 친환경차 보급을 촉진하고 이용자 편의를 높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기차에 대한 특혜’라는 지적이 나오는 등 논란이 없지 않다.

초급속 충전기 확대도 시급하다. 일반 차량을 주유하는 정도로 전기차 충전이 간편해지려면 대도시에 ‘주유소’ 개념의 충전소가 필요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분 충전으로 300km 주행이 가능한 초급속 충전기를 올해 123기 이상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서울 강동구 길동 옛 SK주유소 자리에 초급속 충전소를 열고 2, 3분 충전에 100km, 5분 충전에 200km 주행이 가능한 충전기를 설치할 예정이다. 하지만 주유소 수준으로 광범위하게 보급되는 시점은 가늠하기 힘들다.

○ ‘서울∼부산’ 쉽지 않은 전기차 주행거리


‘아이오닉5’는 완전 충전 시 410∼430km를 주행할 수 있다. 서울∼부산을 최단거리로 간신히 갈 수 있는 정도다. 2013년 국내 첫 양산 전기차로 출시된 르노삼성 SM3 Z.E.의 초기 1회 충전 주행거리가 135km였던 걸 감안하면 3배가량으로 늘어났다.

그래도 일반 내연기관차를 대체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다. 국산 준대형 세단 현대 그랜저는 모델에 따라 1회 주유 시 보통 800km 안팎 주행이 가능하다. 5시간 안팎(완속 충전 기준) 충전해 430km 남짓 갈 수 있는 차와 주유소에서 몇 분 내에 주유해 800km 안팎을 갈 수 있는 차는 편의성 차원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주행거리 문제는 기술 발전으로 극복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최근 △1회 충전시 600km 이상 주행거리 확보 △전비(1kWh당 주행거리) 15% 향상을 목표로 2025년까지 배터리 밀도 향상, 부품 경량화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BMW, 벤츠 등 고급 수입차 메이커들은 올 하반기 이후 주행거리가 600km를 넘는 모델을 잇달아 선보일 계획이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울산과학기술원(UNIST) 공동연구팀이 1000km를 달릴 수 있는 전기차 전기 기술을 지난해 선보이고 LG에너지솔루션이 주행거리 600km를 넘는 하이니켈 배터리 양산을 앞두는 등 산관학 연구개발(R&D)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 번 충전에 500km 이상은 주행할 수 있는 수준이 보편화돼야 한다. 국내 업체들이 글로벌 경쟁력이 뛰어난 만큼 차세대 배터리를 꾸준히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전기차 화재, 막을 수 있을까


도로에서 고속으로 달리는 자동차 특성상 안전성은 양보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하다. 바로 이 안전성 부분에서 전기차는 아직 소비자들에게 완벽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최근의 현대 전기차 ‘코나EV’ 리콜 사태가 대표적이다. 국내외에서 잇따라 발생하는 화재에 고개를 숙여야 했다. 국내에 등록된 코나EV 2만5083대를 비롯해 해외 판매분까지 총 8만1701대에 대한 리콜에 들어간다. LG에너지솔루션 중국 공장에서 2017년 9월∼2019년 7월 생산된 배터리 탑재 차량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조 원에 달하는 리콜 비용을 가리켜 “전기차 역사상 가장 비싼 리콜”이라고 할 정도였다. 현대차 측이 “고객 안전과 관련된 잠재적 위험을 불식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아직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소비자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 용산구에서 발생한 테슬라 화재 사건 역시 발생한 지 2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원인이 100% 규명되지 못하고 있다. 전기차 화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 화재의 경우 고전압 배터리에서 셀이 빠르게 발열되고, 설사 소방대가 출동해 불길을 잡는다고 해도 배터리 내 화학반응이 계속돼 발열이 지속될 수 있어 일반 차량에 비해 진화가 까다롭다. 테슬라는 사고 시 뒷문을 제대로 열기 어렵다는 치명적 단점도 있다. 지난해 사건이 난 테슬라 모델X는 사용 설명서에 ‘내부 전력이 끊기면 기계적으로 문을 여는 장치는 앞문에만 있다’고 적혀 있다.

한국 소비자들은 새로운 제품에 대한 호기심이 강하고 높은 가격을 치르더라도 빨리 사서 써 보려는 성향이 강해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최적의 테스트 베드(Test bed·시험무대)’라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은 호감도, 친환경차 보급을 확대하려는 정부 정책, 세계 시장을 선점하려는 과감한 기업 투자 등이 어우러져 전기차 보급 속도는 갈수록 빨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훈 산업1부 기자 sang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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