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버블[횡설수설/이진영]

이진영 논설위원 입력 2021-02-22 03:00수정 2021-02-2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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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는 몰랐던 말들을 코로나19로 자주 쓰게 된다. 격리는 ‘쿼런틴(Quarantine)’, 격리 조치를 무시하는 10대는 ‘쿼런틴(Quaranteen)’이다. 재택근무는 WFH(Working From Home), 코로나 와중에 태어난 세대는 코로니얼(Coronnial)이라 한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를 개편하면서 도입을 검토 중인 방역 정책은 소셜 버블(Social Bubble)이다.

▷소셜 버블이란 가족이나 직장 동료처럼 일상을 공유하는 10명 내외의 사람들만 비눗방울로 싸듯 집단화해 버블 간 감염 확산을 막는 전략. 비눗방울 안에 있는 사람들끼리는 자유롭게 접촉하되 버블 밖에선 철저히 마스크 쓰기와 거리 두기를 해야 한다. 지난해 3월 방역 선진국인 뉴질랜드의 저신다 아던 총리가 봉쇄 조치를 발표하면서 “함께 사는 이들과 작은 버블 속에 있다고 생각하라. 바이러스가 버블 안에 없고, 우리가 버블 속에 있다면 우린 안전하다”라고 쉽게 설명한 것이 용어의 유래다.

▷소셜 버블은 감염의 위험을 통제하면서 거리 두기로 인한 고립감과 스트레스를 덜어 보자는 취지다. 뉴질랜드에 이어 캐나다 독일 영국에서도 시행 중인데 정부의 지침에 따라 감염이 확산되면 버블을 가족으로 제한했다가 상황이 좋아지면 간병인, 친척, 이웃 등으로 버블을 키운다. 어린 자녀의 사회성을 길러주기 위해 두세 가족이 하나의 버블을 만들 수도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지난해 6월 소셜 버블 정책을 시행했더니 일률적인 거리 두기를 적용했을 때보다 감염자 수가 3분의 1로 줄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소셜 버블은 터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작을수록 안전하고 1인당 하나의 버블에만 들어갈 수 있다. 두 가족 이상이 하나의 버블을 만들 경우 신체적 접촉의 수위나 가정 방문, 화장실 공유 문제, 버블 밖 행동반경 등에 대해 규칙을 만들어 두는 것이 좋다. 버블 밖에서 감염의 위험에 노출된 경우 즉시 버블 내 구성원에게 알려야 하며 조금이라도 찜찜하면 버블을 깨야 한다. 버블 형성 전 2주간의 자가 격리를 조언하는 전문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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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의 장기화로 지속 가능한 방역 전략인 소셜 버블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가 일률적인 ‘5인 이상 모임 금지’ 대신 소셜 버블을 도입한다면 코로나 확산세에 따라 크고 작은 버블 속에서나마 자유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셜 버블이 나와 비슷한 취향의 정보만 편식하는 ‘생각의 감옥’이 될까 봐 걱정이다. 몸은 소셜 버블에 갇혀 있더라도 마음은 다양한 이웃들의 사정과 생각을 향해 열어 두어야 한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소셜#버블#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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