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가불 정권’ 비판하면서 여당 따라하는 제1야당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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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어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지난 세 차례 재난지원금 지급 효과를 제대로 점검한 다음에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일정 범위’라는 대통령 말씀처럼 한다면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피해당사자들에게 신속하고 실질적인 지원을 하기 위해 ‘여야정 당사자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는 정부 여당이 준비 중인 손실보상, 재난지원금 이외에 ‘긴급 생존자금’ ‘고향 살리기 긴급자금’ 등 갖가지 명목의 지원책을 추가했다. 자영업자들에게 전기료 등 각종 공과금도 3개월 면제하자는 제안까지 덧붙였다. 지난해 재난지원금 지급 효과를 분석하고, 재정 여건을 따져보자는 당초 취지는 오간 데 없고, 정부 여당보다 더 많이 주는 데 방점이 찍힌 듯하다.

자영업자들의 피해를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신속하게 보상하는 일에 야당도 협조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불필요한 세금 낭비가 없는지,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지 면밀하게 따져보고 정부 여당의 잘못을 바로잡는 것은 야당의 소임이다. 정부 여당을 ‘가불(假拂)정권’이라고까지 비판하던 제1야당이 4월 서울·부산시장 선거 표심을 의식해 재정 퍼주기에 가세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여권의 일방독주와 관련해 주 원내대표는 “인사청문회가 무의미한 절차로 조롱받고 있다”고 했지만 무력한 야당의 책임도 적지 않다. 야당의 무대인 청문회에서 제대로 된 ‘한 방’도 내놓지 못한 채 여당에 끌려다니기만 했으니 청문회 무용론이 나온 것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정부 여당에 성폭행 등의 프레임을 씌우라는 지침이 담긴 문건을 배포했다. 야당 의원들이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야당 본연의 역할이다. 그러나 대정부 질문이 특정 프레임에 맞춰질 경우 정책 공방이 아니라 일방적인 낙인(烙印)찍기로 변질될 공산이 크다. 야당은 프레임 전쟁 같은 정치공학에 매달리기보다는 정국을 주도할 수 있는 의제 발굴에 더 주력해야 한다.
#가불 정권#여당#야당#국민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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