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제적 망신 자초한 현궁 오발사고, 철저히 조사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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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양평군 사격장에서 발생한 국산 대전차 유도무기 ‘현궁’ 오발사고는 표적을 조준하지 못한 상태에서 내려진 발사 강행 지시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유도탄은 1km 앞의 표적을 겨냥했지만 표적보다 무려 1.5km가량 떨어진 논바닥에 떨어졌다. 현궁 도입에 관심을 보인 해외 군 고위관계자들 앞에서 일정을 앞당겨 무리하게 발사를 강행하려다 국제적인 망신을 자초한 것이다.

현궁은 지상 발사 시 최대사거리 2.5km로 900mm 두께의 장갑을 관통해 파괴하는 우리 군의 주력 대전차 미사일이다. 열 영상을 자동으로 추적하는 유도탄 방식이어서 당시 표적에 열 발산장치를 설치했지만 폭우 때문인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조준경에 녹색불(조준 가능) 대신 빨간불(조준 불가)이 들어와 부대원들이 사격하면 안 된다고 보고했지만 군 상부가 이를 무시하고 사격 강행을 지시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발사명령권자 및 사고 경위를 명백하게 밝혀야 할 중대한 사안이다.

우리 군 주력무기 훈련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는 올해만 세 번째다. 무엇보다 이번 사고는 폭발 장소 반경 50m에 민가가 4채나 있어 큰 인명 피해가 벌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사태를 엄중하게 보고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에는 군 상부의 무리한 판단과 지시가 얽혀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간과하기 어렵다. 군의 안이한 태도가 상층부까지 광범위하게 퍼진 건 아닌지 우려된다. 행여 남북관계를 감안한 한미 연합훈련의 축소 여파가 장기화되면서 기강 해이가 만연한 탓은 아닌지 국민은 불안하기만 하다. 지금처럼 사건사고가 만성화된 상황을 시급하게 개선하지 않으면 자주국방의 길은 점점 더 멀어질 것이다.
#현궁 오발사고#국방부#훈련 과정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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