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추시보 총편집인 후시진 ‘프리스비 후’로 불리는 까닭[횡설수설/송평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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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런민(人民)일보는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신문이 아니다. 중국 공산당의 공식 입장을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주로 정기 구독자에게 배달로 전달된다. 반면 런민일보 자회사에서 만드는 환추시보는 가판대에서 주로 팔린다. 대외 문제에 관해 중국인의 애국심을 자극하는 기사로 판매량을 크게 늘려 런민일보 그룹의 수익에 기여한 사람이 환추시보 총편집인(편집국장 격)인 후시진이다.

▷후시진은 외국에서는 악명이 높아 ‘프리스비 후(Frisbee Hu)’로 불린다. 주인이 프리스비 원반을 던지면 개가 달려가 물어오듯이 중국 공산당이 의제를 던지면 가장 앞장서 그 의제를 채택해 애국주의적으로 이슈화하는 데서 그런 별명이 나왔다. 한국에 대해서도 심심찮게 독설을 퍼붓는다. 사설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적극 지지하는 한국의 보수파를 향해 “김치를 먹더니 어리석어졌나”라며 비하하더니 돌연 중국 김치가 국제 표준이라는 황당한 기사를 싣기도 한다.

▷그를 지난해 12월 중국 청두(成都)에서 만난 적이 있다. 런민일보가 주최한 한중일+10개국 미디어포럼이라는 자리에서였다. 지난해 8월 홍콩 밍(明)보에 따르면 시진핑이 후시진의 선전 방식을 칭찬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언변에도 능했다. 그러나 그 언변으로 한일(韓日) 언론의 홍콩 사태 보도 태도를 비판하는 등 분위기를 고약하게 이끌어갔다.

▷후시진은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올해 60세다. 그는 1989년 베이징외국어대에서 러시아문학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뒤 런민일보에 입사했다. 입사 직후 소련에 특파돼 소련 해체를 목격했고 1993∼1996년 유고슬라비아 주재 기자로 파견돼 보스니아전쟁을 취재하면서 강력한 공산당 지배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유고슬라비아에서 돌아온 해 환추시보 부편집인이 되고 2005년 총편집인으로 승진해 16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후시진이 불륜과 혼외자 문제로 중국 당국에 고발됐다고 대만 언론이 3일 보도했다. 고발한 사람은 여성인 돤징타오(段靜濤) 환추시보 부편집인이다. 후시진이 전·현직 직원 2명과 불륜을 맺어 각각과 혼외자를 낳아 키우고 있다는 내용이다. 바로 아랫사람의 고발이라 심상치 않다. 그의 SNS 게시물은 외국 언론에도 종종 보도되고 그가 틱톡 등에서 올린 수익이 엄청나다는 소문도 있다. 중국 관영 매체의 언론인은 다 공산당 소속이다. 이 기민한 ‘프리스비의 개’도 16년을 장기 집권하더니 결국 권력투쟁에 휘말린 모양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프리스비#중국#공산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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