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생 걸린 시험, 들쭉날쭉 기준에 응시 기회 빼앗긴 자가격리자들

동아일보 입력 2020-11-26 00:00수정 2020-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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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주관하는 각종 자격시험에서 코로나19 확진자는 물론이고 자가격리자마저 응시 기회를 박탈하는 시험이 대부분이고 기준도 들쭉날쭉이어서 수험생들의 혼란과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의사, 간호사, 약사 등 보건의료인 자격시험을 주관하는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은 21일 위생사 시험을 앞두고 확진자뿐만 아니라 자가격리자도 응시할 수 없다고 공지했다. 이 기준에 따라 28일 예정된 치과기공사 시험도 자가격리자 통보를 받으면 시험을 볼 수 없다. 세무사와 변리사, 공인중개사 시험도 자가격리자 응시를 불허하고 있다.

반면에 내년 1월 5∼9일 치러지는 변호사시험은 시험 시작일 이틀 전까지 보건소 승인을 받아 별도 신청을 하면 자가격리자라도 시험을 볼 수 있다. 5, 7급 등 일반 공무원 시험과 교사 임용시험도 자가격리자에게 응시 기회를 준다.

자가격리자 응시를 금지하는 공공기관들은 인력과 예산 부족을 이유로 들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후 10여 개월이나 준비할 시간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핑계에 불과하다. 전체 수험생 중 자가격리자가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해서 이들의 응시 기회 제한을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 사태로 청년층의 취업난이 극심한데 자가격리자란 이유로 응시 기회조차 박탈한다면 그 시험에 인생이 걸린 수험생에게는 너무 가혹한 일이다. 얼마나 걱정이 크면 “증상이 의심돼도 검사를 받지 않겠다” “열이 나도 해열제 먹고 가겠다”는 말까지 수험생들 사이에서 나오겠나.

확진자의 경우도 시험 주관 당국이나 공공기관들이 최대한 준비했으면 응시 기회를 줄 방법이 충분히 있었을 텐데 현재는 대학수학능력시험만 응시의 문이 열려 있다. 그나마 수능도 대학별 실기, 면접, 구술, 논술 고사에서는 자가격리자와 확진자의 응시를 제한하는 대학들이 생기면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이런 일이야말로 교육부가 대학에 미룰 게 아니라 기준을 제시해줘야 한다. 방역이 최우선이지만 국가와 공공기관이 나태한 행정으로 코로나 피해자들의 응시 기회를 봉쇄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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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자가격리자#수험생#자격시험 응시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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