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37번 외친 대통령의 ‘공정’ 다짐이 공허하게 들리는 까닭

동아일보 입력 2020-09-21 00:00수정 2020-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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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그제 제1회 청년의 날 기념사에서 “‘공정’에 대한 청년들의 높은 요구를 절감하고 있으며, 반드시 이에 부응할 것”이라며 “병역 비리, 탈세 조사, 스포츠계 폭력 근절 노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공정은 촛불혁명의 정신이며, 다 이루지 못할 수는 있을지언정 우리 정부의 흔들리지 않는 목표”라고 강조했다.

청년의 날은 청년들의 삶의 질 향상을 내건 청년기본법 제정 이후 처음 시행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공정 가치에 민감해하는 청년들을 의식한 듯 ‘공정’이란 단어를 37번이나 언급했다. 특히 청년들이 반발했던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요원의 정규직 전환 논란에 대해선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 차별 해소가 한편에선 기회의 문을 닫는 것처럼 여겨졌다”며 성찰의 계기로 삼겠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공정성 훼손 논란을 촉발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병무 특혜 의혹에 대해선 침묵했다. 그 대신 채용과 교육, 병역 비리를 근절하겠다는 원론적 발언만 했다.

지난해 온 나라를 두 동강 냈던 조국 사태에 이어 추 장관 아들의 특혜 의혹은 국민들, 특히 청년들로 하여금 우리 사회 공정성의 현실에 대해 심각한 회의가 들게 만들었다. 군 복무 중 휴가가 끝났는데도 복귀하지 않은 채 전화로 휴가를 연장하고, 엄마의 보좌관이 대신 나서는 등 보통의 청년들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 벌어졌는데도 진실규명을 외면해온 검찰, 감싸기만 한 여당의 행태에 청년들은 등을 돌린 것이다.

청년의 날을 만들고 청년정책조정위원회라는 거창한 기구가 출범한다고 해서 청년들의 공허한 마음을 달랠 순 없을 것이다. 공정을 외친다고 해서 공정 사회가 구현된다고 믿을 사람도 없을 것이다. 핵심은 우리 사회 권력 주변 인사들이 누리고 자녀들에게 물려주는 특권과 특혜를 없애고, 기회의 문을 모든 이에게 동등하게 열어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많은 청년들이 공정성 훼손의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는 추 장관 아들 사건에 대해 문 대통령이 그동안 진상규명에 소극적이었던 검찰 수사팀을 질타하고 신속한 진상규명과 엄정한 처리를 약속했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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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더불어 관념적 공정론과 평등론에 사로잡혀 오히려 기회의 문을 훼손한 기존의 정책들에 대해 진솔하게 오류를 인정하고 정책 전환을 해야 청년들의 신뢰가 돌아올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공정#공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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