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 칼럼]新주류세력 자녀들만 龍 되는 나라

김순덕 대기자 입력 2020-09-17 03:00수정 2020-09-17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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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휴가 의혹 추미애 장관 아들 위해
멀쩡한 청년의 인권을 짓밟고
대한민국 軍기강 무너뜨려서야
가재·붕어·개구리는 행복할 수 없다
김순덕 대기자
대통령이 친문(친문재인) 후계자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염두에 둔 게 아닌가 싶다. 그러지 않고서야 친문 의원은 물론 검찰, 국방부, 공직자 부패를 감시하는 국민권익위원회까지 일제히 호위무사로 나설 리 없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작년 가을 ‘조국 수호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이어졌지만 교육부나 금융감독원 수장이 조국의 비리 의혹까지 싸고돌진 못했다.

추미애 아들의 군 휴가에 대한 엄호는 진영논리를 능가한다. 국민 편 가르기를 넘어 너 죽고 나 살자 식의 위기감이 엿보인다. 특히 국회 국방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 황희 의원이 “도저히 단독범이라고 볼 수 없다”며 당직사병의 실명을 공개한 것은 무고한 시민을 테러 한복판에 몰아넣은 행위나 다름없다. 장관과 그의 귀한 아들 구하자고 대한민국 청년의 인권을 짓밟는 거대여당이 무슨 짓은 못할지 모골이 송연할 판이다.

애초 이 문제는 추미애가 자초한 책임이 크다. 작년 말 인사 청문회를 앞두고 야당이 아들의 휴가 자료를 요구할 때 휴가명령서든 병원진단서든 성실한 해명이든 내놨다면 지금 같은 국가적 에너지 낭비는 없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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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근거 없는 내용이 떠돌아 정보 제공할 수 없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댔다. 그러곤 아들 휴가 연장에 대해 “외압을 쓸 이유도 없고 쓰지도 않았다”며 오만한 애티튜드였다.

국민은 우파 야당을 싫어할 수도 있고 우습게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장관이 야당을 무시한다는 건 국민을 능멸하는 일이다. 국민의힘이 공익제보를 파고들지 않았다면 집권세력의 힘이 국가 제도와 근간을 어떻게 무너뜨리고 있는지 국민은 모를 뻔했다. ‘황제 병역’ 의혹 자체보다, 문재인 정권이 검찰개악(改惡)에 돌진하는 추미애를 지키기 위해 국기(國基) 문란도 서슴지 않는 것은 더 섬뜩하다.

검찰이 인사권을 쥔 법무장관 무서워 아들의 수사를 뭉갠 정황은 차라리 이해된다. 추미애는 정권비리 의혹 수사를 막겠다고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족을 자르면서 아들의 수사라인까지 와해시켰다. ‘검찰의 사유화’다. 대통령의 대학 후배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주 윤석열 장모 고소·고발 사건을 검찰 내 신주류세력인 순천고 출신 부장검사에게 전격 재배당했다. 치사하게 지역주의를 자극해 ‘민주당 20년 집권’의 발판을 굳히고, 추미애는 그 공으로 2022년 대선 후보가 될 작정이 아니길 바란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추미애 아들한테 면죄부를 주려는 듯 지휘관의 잘못을 강조했다. 군의 기강을 뿌리째 흔든 것이다. 곧 떠날 사람이지만 전 국민 앞에서 지휘관을 욕보이다니 내가 다 수치스럽다. 서욱 장관 후보자 역시 특혜 의혹에 대해 “획일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며 몸을 사렸다.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는 국방장관을 군이 목숨 걸고 따를지 걱정될 따름이다. 이제 ‘전화로 휴가’ ‘카톡으로 병가’ 민원까지 쏟아져 병력에 차질이 생기면 누가 책임질 텐가.

이 모든 것을 내다본 양 추미애는 2017년 말 중국공산당 주최 행사에 참석해 “대한민국이 촛불혁명으로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켰다”고 했다. “이것이 바로 의법치국(依法治國)의 전범”이라는 거다. 의법치국이 공산당 영도를 따르는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법치임을 알고 말했다면 큰일이다. 민주당 영도를 따르는 검찰, 대한민국 국군이 아닌 민주당의 군대를 만들려는 의미로 읽힌다.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 같은 혁명 원로 2세들을 태자당(太子黨)이라고 한다. 지난해 조국 사태로 교육의 불평등·불공정 문제가 터지자 문재인 정부는 ‘2025년 자율형사립고 외국어고 국제고 폐지’를 깜짝 발표했다. 86그룹·호남·시민단체 출신 신주류세력이 제 자식들은 외고-명문대-의학전문대학원에 보내고는 외고 같은 교육사다리를 끊어버린 것이다. 신주류 2세의 태자당만 지배계급을 세습하겠다는 전체주의 정책폭력이다.

물론 신주류세력은 모두 용이 될 필요는 없다며 가재 붕어 개구리로 살아도 행복한 개천을 만들겠다고 했다. 나라와 미래를 위한 정말 좋은 교육, 국민을 지키는 안보를 고민하기는커녕 가붕개는 덜 공부시키고 더 가난하게 만들어 좌파 영구집권을 꾀하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추미애 사태가 터진 김에 그 아들이 복무하던 카투사를 없애고 주한미군도 철수시켜선 남북 지배계급이 원하는 평화협정까지 냅다 달릴까봐 걱정이 태산이다.

김순덕 대기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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