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 힘 앞에 움츠린 北… 섣부른 달래기 대신 책임 따져야

동아일보 입력 2020-06-25 00:00수정 2020-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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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열린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예비회의에서 대남군사행동계획을 보류했다고 노동신문이 어제 보도했다. 김여정이 4일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는 개인 담화로 대남 위협에 나선 지 19일 만이다. 북한군은 최전방 지역에 설치했던 대남 확성기 시설 철거에 나섰고, 각종 선전매체는 우리 정부에 대한 비방을 중단했다.

북한의 태도 변화는 미국이 전략폭격기와 핵추진 항공모함 3척 등 주요 핵전략 자산을 한반도 주변에 전개한 시점에 나왔다. B-52 전략폭격기들은 지난 일주일간 세 차례나 한반도 근처를 비행했다. 북한의 대남공세가 하나씩 나올 때마다 이뤄진 비행은 도발을 차단하려는 강력한 대북 경고로 작용했고, 북한도 이를 의식했을 것이다. 정부가 연락사무소 폭파와 김여정의 막말에 대해 이례적으로 경고하고 대응 의지를 밝힌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이번 도발을 통해 꾀했던 것은 미국의 관심 끌기와 대북전단에 대한 남측의 강경한 대응 등 크게 두 가지였을 것이다. 북한은 미국을 직접 겨냥하지 않으면서도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등을 통해 한국 측에 미국과의 다리를 놓으라는 간접 메시지를 충분히 전달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 당국자는 23일 북한에 대해 “외교의 문은 열려 있고 진심으로 2018년 6월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동시에 국무부는 군비통제보고서에서 북한의 핵 활동이 지속되고 있다며 비핵화가 달성될 때까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유지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북한이 미국과의 담판을 원한다면 비핵화를 결심하고 협상에 나서는 것이 유일한 해법임을 재확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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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이번 결정은 군사행동 계획 취소가 아니라 보류일 뿐이다. 위기의 시간만 뒤로 미룬 것이니 남북관계가 갑자기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면 착각이 될 것이다. 남북철도 연결이나 관광 재개 등 섣부른 달래기보다는 원칙에 입각한 정면 돌파만이 남북관계를 정상화시킬 수 있다. 연락사무소 폭파 책임을 끝까지 추궁해 다시는 무모한 도발을 꿈꾸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선 한미동맹이 가진 압도적인 힘의 우위로 북한의 도발 욕구를 선제적으로 꺾는 것 외엔 방법이 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비핵화 접근법 차이로 느슨해진 한미동맹을 다시 강화하고 한미공조를 되살리는 노력이 더더욱 절실하다.
#김정은#한미동맹#대남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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