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곤에서 마주친 韓 관심 ‘피로 맺은 동맹’ 진화해야[광화문에서/이정은]

이정은 워싱턴 특파원 입력 2020-06-22 03:00수정 2020-06-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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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워싱턴 특파원
워싱턴 부임 후 처음으로 찾았던 미 국방부 청사 분위기는 삼엄했다. 입구를 지키는 시커먼 감시견에서부터 손목시계까지 벗고 전신 스캐너를 통과해야 하는 보안검색 절차는 사람을 묘하게 긴장시켰다. 오각형으로 생긴 건물 내부는 또 어찌나 복잡하던지. 군복에 군화를 갖추고 꼿꼿하게 움직이는 군 관계자들 사이에서 기자는 괜스레 위축됐다.

그랬던 펜타곤의 첫인상은 금세 바뀌었다. 한국에서 왔다는 기자에게 당국자들은 호의를 보여주었고 한미 양국 현안과 북한 뉴스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복도 벽에서는 6·25전쟁 당시 사진들을 발견했다. 아시아 담당 대변인인 데이비드 이스트번 중령의 책상 위에 놓인 한국산 자개상자와 ‘같이 갑시다’가 새겨진 기념주화, 한국 책자들도 반가웠다. 그는 한국의 유명 치킨집과 케이팝 가수들의 이름을 알고 있었고, 한국 TV 프로그램들도 봤다고 했다. 그가 커버하는 아시아 36개국 중에서도 한국에 대한 지식은 더 많아 보였다.

현안 질의나 인터뷰 요청에 대한 반응 또한 펜타곤이 국무부를 비롯한 다른 부처에 비해 빠른 편이다. 최근에는 한국과 일본 등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의 언론사들만 대상으로 전화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역내 현안에 집중된 메시지 전달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동맹 및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는 당국자들의 발언은 자동응답기처럼 반복되는 수준이다. 북한이라는 위협, 군사력 증강에 나선 중국 등이 국방부의 현안이 된 시점에 이들 국가를 관리할 필요성이 높아진 이유도 있겠다. 하지만 한국이 미국과 전쟁에서 함께 싸웠던 동맹국, 상호방위조약으로 맺어진 주요 파트너라는 인식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동맹의 개념이 바뀌는 기류가 적지 않은 고민거리를 던져주는 건 사실이다. 주독미군의 감축 움직임으로 주한미군에도 불통이 튈 가능성이 불거졌고,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에서의 증액 압박도 치솟았다. 북한의 거친 위협이 연일 계속되고 있지만 백악관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실패 책임 공방에 매몰돼 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삿대질을 해대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한국의 운명이 걸린 비핵화 문제를 이렇게 혼란스러운 트럼프 행정부가 주도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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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워싱턴의 지한파들은 이럴 때일수록 한미 관계는 더 공고해져야 하며, 결국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호언하고 있다. 미국의 대외정책 분야 컨설팅을 해온 폴 골드스타인 PTB 대표는 “최근 치솟고 있는 북한의 위협 수위가 상황을 다시 바꿔놓고 있다”며 “한국이 안보를 위해 중국 인민군과 손잡을 건 아니지 않으냐”고 되묻기도 했다. 한국으로서는 첨단 전략자산의 전개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재개 등 북한에 맞설 대응책도 미국과 함께 논의할 수밖에 없다.

사흘 뒤면 6·25전쟁 70주년이다. 우리는 미군 참전용사들과 함께 ‘피로 맺어진 동맹’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될 것이다. 이를 계기로 특정 정부를 넘어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동맹 관계를 강화할 건설적인 진화 방안을 논의해야 할 것이다. 양국 관계의 뇌관인 SMA 협상 해결에도 지혜를 모을 때다.

이정은 워싱턴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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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곤#국방부#피로 맺은 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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