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발언이라도… 문제라면 문제 삼는다[광화문에서/김유영]

김유영 디지털뉴스팀 차장 입력 2020-06-05 03:00수정 2020-06-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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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영 디지털뉴스팀 차장
‘트위터 대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트위터가 한판 대결을 벌이고 있다. 포문은 트럼프가 열었다. 미국 대선에서 우편투표를 하면 부정투표로 이어질 것이란 트윗을 띄운 것. 트위터는 ‘팩트 체크하라’는 경고 딱지를 붙였다. 우편투표가 선거 부정과 관련 없다는 CNN 워싱턴포스트 등의 기사도 함께 달았다.

굴욕당한 트럼프는 즉각 행동에 나섰다. 인터넷 기업들이 이용자가 올린 콘텐츠에 책임지지 않는 특권(미국 통신품위법 230조 면책특권)을 누리는데, 이를 수정하라고 명령했다. 콘텐츠를 임의 편집·차별하지 말라는 것으로 자신의 트윗에 손대지 말라는 뜻이다.

트위터는 물러서지 않았다. 트럼프가 흑인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자들을 폭도로 칭하며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전도 시작된다’는 트윗을 올리자 이번엔 ‘폭력을 미화할 수 있다’는 문구를 걸고 해당 트윗을 아예 가려 버렸다. 트럼프가 같은 글을 올렸는데 그대로 놔둔 페이스북과 대비되는 조치였다.


플랫폼의 면책특권은 1996년 인터넷 서비스가 막 태동하던 시점에 생겨났다. 주의경제(attention economy) 대표 주자인 플랫폼이 갖가지 콘텐츠를 매개로 이용자를 모아 광고 등 수익을 거두는 토대를 제공했다. 플랫폼이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뉴질랜드에서 한 청년이 페이스북에 백인 민족주의 선언문을 올리고 17분 동안 끔찍한 총기 난사 영상을 생중계한 게 단적인 예다. 플랫폼도 폭력 혐오 모욕 막말 등이 담긴 유해 콘텐츠를 방치한 책임을 면하기 힘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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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발언을 그대로 남겨둬 비난받는 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자신들이 진실의 결정자(arbiters of truth)가 아니라고 말한다. 지금은 가짜 같아도 나중에 진실로 밝혀질 수 있고 입맛에 맞지 않는 정보는 가짜뉴스라 치부하는 요즘, 일면 타당하다. 가짜뉴스 판별엔 당연히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하지만 명백하게 조작된 가짜뉴스는 다르다. 실제로 트위터는 최근 “코로나19가 미국에서 발생해 미군을 통해 중국에 전파됐다”는 중국 외교부 간부의 트윗이나 “자가 격리가 코로나19를 확산시킨다”는 브라질 유력 정치인 트윗에도 트럼프와 동일한 경고 딱지를 붙였다.

이번 논란은 플랫폼을 단순 전달자(mere distributor)로 볼지, 콘텐츠 발행자(contents publisher)로 볼지에 대한 문제다. 물론 트럼프가 제 발등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플랫폼에 책임을 지우면 당장 트럼프 트윗도 제재 대상이 되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단 설명이다. 그럼에도 플랫폼이 지금과는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인 60% 이상이 소셜미디어로 뉴스를 접하지만 플랫폼에 그만큼의 책임이 뒤따르지 않는다. 플랫폼이 특정 세력에 이용자 정보를 팔아넘겨 선거 개입의 빌미를 주고 혐오와 막말의 정치를 방치하는 등 민주주의를 망친다는 비판이 커진 만큼, 플랫폼의 사회적 책무에 대한 논의가 함께 촉발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 10명 중 9명이 포털로 기사를 보고 상당수 정치인이 소셜미디어를 입장 표명 창구로 쓰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 같다.

김유영 디지털뉴스팀 차장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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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트위터#주의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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