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한 흡연실 감염대책[현장에서/이미지]

이미지 정책사회부 기자 입력 2020-06-01 03:00수정 2020-06-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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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고 밀폐된 실내흡연실은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높다.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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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7일 경기 고양시 쿠팡 물류센터의 한 직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가 많았다. 집단 감염이 발생한 쿠팡 부천 물류센터와 접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미스터리는 엉뚱한 곳에서 풀렸다. 역학조사 결과 이 직원과 부천 물류센터 소속의 한 확진자가 같은 달 24일 같은 PC방 실내흡연실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내흡연실은 바이러스 전파에 최적의 조건이다. 일단 마스크를 끼고 담배를 피울 수가 없다. 비좁은 방에서 여럿이 다닥다닥 붙어 들숨과 날숨을 나눈다. 바이러스가 안 옮고 배기는 게 더 이상한 공간이다.

방역당국은 부랴부랴 전국 모든 사업장의 실내흡연실에 대해 이용중지 권고를 내렸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5월 28일 “흡연 시 마스크를 벗게 되고 흡연실에서 다른 흡연자와 밀접접촉이 이뤄질 수도 있다”며 “실내흡연실 이용을 금지토록 하고, 혹여 흡연을 할 경우라도 허가된 야외공간을 활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공교롭게도 실내흡연실 감염 소식이 나온 날은 ‘세계 금연의 날’(5월 31일)을 맞아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금연주간으로 지정한 기간이었다. 감염 위험을 떠나 실내흡연실에 대해서는 기존에도 논란이 많았다. 실내흡연실은 2011년 정부가 실내시설 대부분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자 최소한의 흡연권 보장을 위해 생겨났다. 사업장별로 자율 설치하고, 설치 여부를 신고할 필요가 없어서 실태 파악도 어렵다. 당연히 점검도 이뤄질리 없다. 이 때문에 실내흡연실로 인한 간접흡연에 대한 불만과 민원이 계속됐다. 정부는 지난해 5월 “2025년까지 실내흡연실을 단계적으로 없애나가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20대 국회에서도 입법이 물 건너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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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당국이 감염병 확산을 이유로 뒤늦게 실내흡연실 이용중지 권고를 내렸지만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도 모르는 실내흡연실을 관리할 방법은 없다. 자발적 이행에 기댈 수밖에 없는 셈이다.

국내외 연구 결과를 보면 흡연이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높인다고 경고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금연을 권고했다. 우리 보건당국도 흡연자를 코로나19 고위험군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대책은 없었다. 이제 실내흡연실을 통한 감염 사례까지 확인된 만큼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 “자제하라” “중단하라” 수준의 권고만으로는 방역수칙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클럽발 집단 감염 사례를 통해 경험했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실내흡연실 이용 수요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당장 실내흡연실을 폐쇄하거나 단속하기 어렵다면 이용 제한 인원, 환기 주기, 소독 방법 등 구체적인 생활방역지침을 만들어 안내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지자체가 지역 내 사업장을 독려하고 점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미지 정책사회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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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쿠팡#실내흡연실#코로나 확진. 세계 금연의 날#방역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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