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완전히 변해야 한다[동아 시론/김이경]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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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불러온 불가역적 변화
온라인 수업은 ‘보조’ 아닌 ‘대체재’
콘텐츠-인프라 국가적 투자 늘리고
디지털 격차 해소할 사회정책 필요

김이경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
김이경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
우리는 코로나19 덕분에 교육 패러다임이 지각 변동을 일으키는 과정을 생생하게 목격하고 있다. ‘지구는 평평하다’의 저자 토머스 프리드먼은 코로나를 기준으로 세상을 이전(BC)과 이후(AC)로 구분하면서 “그 이후가 어떤 세상이 될지 아직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고 걱정한다. 대면과 접촉에 기반한 일상이 위협이 돼버린 요 몇 달, 한국 초중고교는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단행했지만 난생처음 마주하는 도전들로 가득 찬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현장의 어려움을 전하는 각종 언론 보도는 넘쳐난다. 원격수업 플랫폼은 과부하로 다운되고 영상제작에 과거 몇 배의 에너지를 쏟는 교사들은 학생들의 온라인 출석을 확인하느라 모닝콜까지 하지만 정작 학생들은 질문을 하지 못해 답답한 데다 인터넷이 불량해 수업에 집중도 할 수 없고 눈도 피로하다고 호소한다. 대학도 정신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실시간 화상강의 자료 제작과 동영상 강의 촬영으로 밤을 꼬박 새우고 ‘PDF 파일이 안 열린다’ ‘동영상 자료 클릭이 안 된다’ ‘노트북 카메라가 작동이 안 된다’ 등등 시도 때도 없이 연락하는 학생들 문제를 해결하느라 진땀을 흘리는 교수는 비단 나만이 아니리라.

한국이 정보기술(IT) 강국 맞나? 온라인 수업이 삐걱거릴 때마다 사람들이 던지는 질문이다. 우리 대학 온라인 개강 첫날 서버가 먹통이 됐을 때 나도 동일한 의문을 품었다. IT 강국의 척도가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이나 인터넷 사용 인구 정도라면 대답은 ‘예스’가 될 수 있다. 그러나 IT를 교육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준비도 측면에서 본다면 대답은 분명한 ‘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자료와 국제 설문조사를 토대로 세계의 디지털교육 준비도를 분석해서 최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적절한 교육용 소프트웨어의 확보’는 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고, ‘숙제용 컴퓨터에의 접근’이나 ‘효과적인 온라인 학습 플랫폼의 확보’는 겨우 평균에 근접한다. ‘학교의 인터넷 속도’ ‘교사들의 디지털 장비 수업 활용 기술과 역량’은 그나마 상위권인데, 안타깝게도 ‘디지털 장비로 수업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 확보’나 ‘교사에 대한 전문적 지원’은 평균 이하다. 더욱이 ‘기술 지원 인력의 확보’는 최하위권에 속한다. 다른 국가들이 디지털 교육을 열심히 준비하는 동안 우리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다.

이런 여건에서 우리나라의 온라인 수업이 초기 혼란을 극복하고 안정화돼 간다는 사실이 놀랍기까지 하다. 역량이 뛰어난 교사들의 헌신적 노력과 대처가 없었다면 위기 극복이 가능했을까. 학교에 따라 상황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교장과 교감 등 학교 경영자, 연구부장 같은 중간관리자, 때로는 ‘디지털 원주민’인 젊은 교사들이 주축이 돼 플랫폼과 수업방식을 결정하고 상호연수를 제공하는 한편 다른 교사를 지원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가고 있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최고 인재들의 협업과 소통, 창의력과 문제해결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최근 다행히 확진자가 대폭 줄고 오프라인 개학 시기도 결정됐다. 그러나 결코 코로나 이전 상태의 학교로 되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코로나19와 유사한 위기는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의 대응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들이 국가 수준의 교육정책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무엇보다 온라인 교육이 오프라인 교육의 보조 역할이 아닌 대체재가 될 수 있도록 인프라 확충, 콘텐츠 개발, 학습자와의 상호작용을 최적화하는 학습관리 시스템에 대한 연구와 투자가 필요하다. 또한 국가교육과정의 경직성은 완화하되 학교의 권한과 교사들의 교수-학습 자율성을 확대하는 정책을 통해 학생들의 개별화된 교육적 요구 충족에 더 신경 써야 한다. 학생들의 사회경제적 배경이나 장애가 디지털 격차와 성취 격차로 고착화하지 않도록 교육정책뿐 아니라 한 부모 가정 보호자의 재택근무 같은 사회정책과의 연계도 강화돼야 한다.

학교란 무엇인가? 학생들의 학습은 기본이고 학생들의 만남과 교감, 정서발달 심리적 안정, 그리고 음식과 신체적 건강까지 책임지는 사회화와 힐링, 그리고 돌봄의 장소다. 그래서 가정이나 사회의 안녕과도 직결돼 있다. 교사들은 학교가 이런 복합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동력을 제공한다. 학생들의 멘토, 안내자, 카운슬러, 치어리더, 그리고 보호자로서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울고 웃는 대한민국의 모든 교사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큰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김이경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
#코로나19#오프라인 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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