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네 운명은 얼마 안 남았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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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소로스는 페이스북, 구글 등을 가리켜 “사회의 해악(menace)”이라고 규정했다. 블룸버그뉴스 사이트 캡처
조지 소로스는 페이스북, 구글 등을 가리켜 “사회의 해악(menace)”이라고 규정했다. 블룸버그뉴스 사이트 캡처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 前 워싱턴 특파원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 前 워싱턴 특파원
페이스북이나 구글 같은 소셜미디어가 현대인에게 삶의 일부가 된 지 오래입니다. 페이스북의 권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이에 대한 반감도 늘어납니다.

만약 페이스북 성토대회가 열린다면 가장 먼저 연설자로 나설 사람 중 한 명이 바로 조지 소로스입니다. 세계적인 투자자이자 자선가인 소로스는 지난달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례총회(다보스포럼)에서 연설의 대부분을 페이스북을 맹비난하는 데 할애했습니다.

그는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가 사람들의 마음과 행동을 부지불식간에 지배하기 때문에 민주주의 사회에서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소로스 연설의 마지막은 이렇습니다. “Your days are numbered.”

직역을 한다면 ‘너의 날들은 숫자로 매겨지고 있다’는 뜻이겠죠. 숫자로 매겨질 만큼 남겨진 날이 많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페이스북이여, 지금은 네가 최고인 줄 알지만 너의 운명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 소로스가 말하고자 했던 결론인 것이죠.

지금 페이스북의 기세로 보건대 별로 맞는 말 같지는 않습니다만 어쨌든 극적인 효과가 큰 말입니다. ‘남겨진 시간이 별로 없다’는 말만큼 듣는 사람을 초조하게 만드는 말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직장인들에게는 해고만큼 두려운 게 없습니다. 회사 동료가 이렇게 말합니다. “I missed my deadline the third time this month, I think my days here are numbered.” “나는 이번 달에만 3번이나 마감을 못 맞췄다. 나는 조만간 해고될 것 같다”는 의미입니다.

전자기기에도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을 쓸 수 있죠. 만약 친구가 “My smartphone is so slow(내 스마트폰은 너무 느리다)”라고 한다면 나는 이렇게 충고해 줄 수 있습니다. “You might want to buy a new one. This one′s days are numbered(새 것 하나 사는 게 좋겠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은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어)”라고 말이죠.

‘Number’라는 단어는 활용도가 높습니다. “Days are numbered”에서는 동사로 사용됐지만 사실 우리는 ‘숫자’라는 의미의 명사로 더 익숙합니다. 미국인들의 대화에서는 ‘number’가 들어간 다양한 표현이 있습니다.

예컨대 미국 회사 직원들이 회식을 하고 2차로 노래방에 갔다고 합시다. 한 직원에게 빨리 노래를 부르라고 다들 부추깁니다. 이 자리에 (눈치 없이) 따라오신 부장님께서 그 직원에게 말씀하시길 “It′s time for you to get on stage and do your number.” 무슨 뜻이냐 하면 “빨리 무대에 올라가서 장기를 보여 달라”는 것입니다. 주로 여흥의 자리에서 쓰는 표현 ‘do your number’는 ‘당신의 능력을 자랑해 보라’는 의미입니다.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 前 워싱턴 특파원
#조지 소로스#페이스북#구글#소셜미디어#남겨진 시간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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